참기보단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렴...

우아한 거짓말 ㅣ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엄마에게 떼를 쓰듯 MP3를 사달라던 딸 천지가 그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놓아버렸다. 언제나 착하기만 하고, 스스로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걱정이라곤 전혀 안되는 딸이었는데.. 천지는 얼마나 이 세상이 힘겨웠으면 스스로 목숨을 잃었을까 싶었다.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놓아버리는 선택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놓아버리게 만든 사람들도 미웠지만, 천지도 미웠다. 스스로 참고, 그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기 보단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에게 조금이라도 의지를 했더라면 그렇게까지 삶이 힘들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자신에게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자신이 투명인가이라는 생각도 하지않았을텐데.. 왠지 왕따를 시키는 사람들보다 왕따당하는 애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똑똑한 천지는 잠시 힘든 그 시기를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그리고 천지의 주변사람들도 너무나 미웠다. 천지를 사랑하고 천지를 믿어왔던, 삶이 조금은 고달픈 엄마가 조금만 더 천지에게 신경을 써주었더라면.. 친구처럼 보이지만 친구가 아닌 서로에게 있어 필요악인 존재였던, 친구사귀기에 미숙하기만 한 화연이가 조금만 성숙했더라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있어 천지를 미워하고, 화연의 행동에 방관만 하며 바라보던 미라가 한 걸음만 더 내밀었더라면 천지가 스스로 자신을 놓아버리는 일은 없었을텐데.. 

	피한다고 피해질 사람 없고, 막는다고 막아질 사람없어. 뭐 대단한 박애주의자나 되는 것처럼 세상 사람 다 용서하고 사랑할 필요도 없고, 미우면 미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 사는 거야.

좋으면 좋은대로 그렇게 사는거야라던 엄마의 말을 진작에 천지가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천지의 선택은 세계의 끝까지 몰린 한 소녀의 최후의 방법이었기에 모든 것이 아쉽고, 다시 한 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돌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런 천지와 화연, 그리고 미라의 모습을 보며 많은 청소년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때론 재미삼아 쉽게 왕따를 시키기도 하고, 자신과 안맞는 성격이라고 따돌리기도 하는데 조금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기를 바라고, 자신의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천지처럼 괴로움을 당하는 아이들도 너무 슬픈 선택을 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