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몽자&콩자 > 예술의 감동, 삶의 기쁨!! 이주헌선생님과의 유쾌한 만남..

 작가와의 만남이나 작가의 싸인에 아무런 욕심도 없었지만, 10월 진중권 교수님과의 만남이후 알라딘 문화초대석을 매일매일 확인했다.   김경욱작가님이 직접 낭독해주시는 "위험한 독서"도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고, 윤건의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는 사실 윤건을 보고 싶은 욕심에 끌렸었다..하지만 때론 시간이 안맞아서, 때론 귀찮아서 그렇게 하나 둘 미루고 미뤄왔는데.. 문득 눈에 보이는 것이 "이주헌 작가님과의 만남"이었다. 미술이야기는 언제나 책으로만은 부족해서 설명을 들어가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리고 이주헌 작가님의 <지식의 미술관>을 읽었을 때에도 "진중권교수님의 강연회처럼 그런 강연회가 없으려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는데..  책을 읽은 뒤 며칠 후 알라딘의 문화초대석에서 이벤트를 시작했다.. 정말 기쁘고, 정말 행운이라 생각하며 신청을 해놓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한 일주일정도 대전, 부모님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만약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으면 그냥 엄마곁에서 며칠 더 있어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자로 당첨확인을 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아무튼 강연회가 있던 당일 대전에서 올라와 바로 상암DMC로 향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늦을까 불안해하며, 간신히 시작 5분전에 도착했고, 표지속의 모습 그대로인 이주헌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실제로 본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이 책에 실린 사진과 너무 달랐기때문에 이젠 책 속의 사진을 잘 믿지 않는다..). 

강연의 시작은 눈의 현혹에 대한 여러 사진들이었다. 나선형이 아닌 원들의 집합임에도 나선형으로 보이는 그림과 정지해있는 그림임에도 움직이는 듯 보이는 그림, 과연 여자는 오른쪽과 왼쪽 중 어느쪽으로 도는지, A와 B중 어느 것이 더 어두운지, 토끼인지 오리인지 등등 사실은 우리의 눈이 그렇게 객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강의에서 이주헌 작가님께서는 "명화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반고흐의 "자화상"처럼 유명한 작품, 혹은 잭슨폴록의 "넘버5"처럼 비싼 그림, 아니면 피에르 만조니의 캔에 담긴 똥이나 뒤샹의 "샘"과 같은 특이한 작품? 정말로 유명한 작품들과 비싼 그림, 특이한 작품들을 예로 들어주시며 명화의 정의에 대해서 설명하시던 작가님께서는 이런 비싸고, 유명하고, 특이한 그림이 아닌 "나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이 명화라고 하셨다. 아무리 남들이 "모나리자"를 명화라고 해도 내가 보기엔 아무런 감흥이 없으면 쉽게 잊혀지듯, 명화는 오래도록 나에게 기억되고,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명화에 대한 이 설명은 진중권 교수님의 "푼크툼"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어떤 것이 나에게 이상을 남기는 "푼크툼"이라는 개념을 회화에 적용하여 일반적인 그림읽기가 아닌 나만의 독특한 그림읽기를 하라던 진중권 교수님의 말씀도 결국엔 유명한 그림이 아니더라도, 어떤 그림에 필이 꽂혀 그 그림을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나만의 명화를 찾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면 정말 열심히 그림을 보러 다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으로 보는 그림은 단순한 참고용일뿐, 실제 그림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기엔 한없이 부족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난 참 게으른 감상자인듯 싶었다. 책을 읽을 때엔 꼭 미술관에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유럽여행때나 지겹게 미술관을 돌아다녔지, 실제로 한국에 오는 유명작가의 전시회도 잘안가고, 동생을 따라 인사동 갤러리를 둘러볼 때에도 슬쩍 훑어볼 뿐이니 말이다. 그러니 아직까지 나에게 있어 명화, 나만의 의미를 지닌 그림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반성을 해가며, "추론이나 이성의 작용없이 대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 능력"인 직관에 대한 설명도 듣고, 여러 사람의 명언과 피카소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한 소녀 엘레나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에서 소개된 키워드 중 6개의 키워드(스탕달신드롬, 누드의 역사, 인상파와 미디어, 바니타스, 게슈탈트시프트, 데페이즈망)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듣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에 30개의 키워드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키워드는 그림을 보고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스탕달 신드롬"과 실물처럼 보이는 그림 "트롱프뢰유",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해 알게해준 "데페이즈망"이었다. 그리고 이번 강연회에서 "스탕달 신드롬"과 "데페이즈망"에 대해 또 한번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반 고흐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피렌체의 보티첼리의 그림 앞에서 매년 12명의 사람들이 그림에 대한 커다란 감동으로 인해 기절도 하고, 호흡곤란과 같은 경험을 하는 "스탕달신드롬"은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기에 가장 인상깊었던 키워드였다. 기절이나 호흡곤란을 하는 것은 조금 곤란스럽겠지만, 어느 한 그림에 푹 빠져 오래도록 그 그림만 쳐다보고 있는, 그렇게 해서 나만의 명화를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할테니 말이다. 딱 한번, 루브르박물관에서 나폴레옹황제의 대관식이라는 그림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던 기억은 있지만, 그 정도로 스탕달 신드롬을 겪었다고 하기엔 조금 아쉬운 뭔가가 있고,, 그래서 이번에는 꼭 미술관을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주헌작가님의 말씀처럼 나의 삶의 주인이 내가 되기 위해, 나를 일깨워주는 그런 나만의 명화를 찾아 스탕달신드롬을 겪어봤으면 하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사인에 덧붙여 적어주신 "예술의 감동, 삶의 기쁨!!" 보다 많이 느낄 수 있게... 

덧) 저번 진중권교수님의 강연회도 좋았지만, 이번 이주헌 작가님의 강연회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강연회에 초대해 주신 알라딘에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좋은 강연회를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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