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외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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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아도 번역자가 없다.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 쓴 책이라면, 딱봐도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책이라면 당연히 번역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한편으론 더욱 기대도 되었다. 번역자가 없이도, 한글로 책을 출간할 정도로 능숙한 한글사용자이기에 한국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일이 없을테니 스콧 버거슨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명확히 그려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일그러져있었다. 번역의 문제도 아니고, 정말 그들이 겪은 일이니 우리 현실이 그럴수도 있었지만.. 너무 단편적인 모습만 부각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창가에서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호객행위를 했다는 분의 이야기를 보면, 한국 남성에게도 무자비할 정도로 호객행위를 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여성이 가면? 욕한다. 대학시절 청량리역 주변의 현황조사를 하느라, 이미 많이 쇠퇴한 그 곳의 건물들을 살피고 있었을 때, 포주분이 당당히도 뭐라 했었다. 남자나 와야지 여자가 여길 왜 오냐며, 재수없다고.. 분명 성매매가 금지된 상황임에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고, 호객행위는 그대로이며, 경찰들이 순찰을 하면서도 잡아가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분이 겪은 호객행위가 너무나도 진절머리가 나고, 자신의 집 앞이다 보니 더 겪하게 반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외국인이한테만 징글맞을 정도로 호객행위를 하는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딸린 것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재혼한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이야기를 보면, 그건 정말 재수 없게 걸린 것이라고 하고 싶다. 한국인사이에서도 혼인빙자간음(물론 지금은 위헌판결이 나서, 어이없게도 혼인빙자라는 것 자체가 없는 상태지만..)이 존재하고 결혼사기가 존재하니 말이다. 전남편에게 험한 꼴을 당하고도, 결혼식 후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결혼을 유지하는 만큼,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텐데 그의 모습에서 미국에서 살때의 모습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한국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거기다 자신이 바람피웠음에도 엉뚱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가정이 파탄났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불성설이 아닐까? 농담이라곤 전혀 모르는 아내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단순히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상태에서,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여자들의 사진을 갖고있다 발각되어 이혼당하게 된 것에 그렇게 서글플까 싶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유난히도 유령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는 조금은 과장된 일반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거기다 원조해주러 간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불평하던 외국인은 정말 자신의 잘못을 모를까 싶다. 뒤에서 누구를 욕하든 그것은 자유지만, 뻔히 간부들이 있는 앞에서 그 나라의 원수를 모욕했는데 참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나라도 그렇고 옛소련도 그렇고, 국민들일지라도, 그리고 뒤에서 욕을 했을지라도 밀고를 통해 처벌받았던 시절이 있는데.. 북한에 대한 이해는 없이 그저 하소연만 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같은 외국인이어서인지 클럽에서 꼬신 한국 여성들을 한명한명 섭렵해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내 생각엔 이건 한국여성도 문제가 있고, 외국남성도 문제가 있는 사태이다..), 좋은 일보단 나쁜일이 더 기억에 남기때문에 외국인이 본 한국의 모습이 부정적인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생각도 안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건 한국에서 사는 백인들의 이야기다. 물론 전부다 백인은 아니고, 혼혈도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에 점점 늘어가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온 신부들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씌여져있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살아갈 때에 인종차별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하고, 문화가 비슷하기도 하고 많은 부분이 다르기도 하다보니 할 이야기가 많을 텐데.. 스콧 버거슨이란 미국인의 친구들이 대다수가 캐나다와 호주, 그리고 영국과 같은 나라에 국한되어있고, 요가강사와 살사에 반한 사람, 펑크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일반적이기 보단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에 너무 한정된 사람들의 한정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한국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은 부정적인, 그리고 너무나 한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보니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가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스콧 버거슨의 의견인 4장, 그 중에서도 "종로의 이방인"이었다. 나 역시 이명박의 팬도 아니고, 한나라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미국산 쇠고기파문 촛불시위는 너무나도 무서웠고, 전혀 공감되지 않았었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이란 측면에서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수입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험해 보였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 여름 땡볕에 아이들을 볼모삼아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를 하지 않나, 자신들과 반대하는 의견의 사람들을 몰아세우지 않나, 전경들을 마구 때리지 않나(전경도 시민들을 때리기도 했고, 시위참여자를 잡는다고 무고한 사람들도 여럿 경찰서로 연행하기도 했으니 피장파장인 것도 같지만..).. 그 무렵 나는 광화문엔 발걸음도 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일을 하던 친구는 아홉시가 넘어 집에 갈때엔 꼭 나한테 전화를 했었다. 시위대와 전경사이에서 어디로 끌려갈까 두렵고, 뭔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그 만큼 많은 사람들도 촛불시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시위에 대한 뉴스만 매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시위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하지조차 못했었는데.. 스콧 버거슨이 미국인이기에 자신들의 나라에 협조적이지 못해서 시위를 나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속시원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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