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엔 카프카라는 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하루키보다 더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이지만, 나에겐 "카프카"라는 이름은 당연히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였고, 열다섯 같지 않은 다무라 카프카와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나카타상이 기억나는 이름이었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상실의 시대>였다. 한 때 CF광고를 통해 노르웨이의 숲을 지겹도록 들은 탓에 도대체 어떤 소설인가 싶어 읽었었지만, 그 당시 나는 그 소설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하루키는 그렇게 잊혀졌었다. 하지만, 2004년 이 책을 처음 만난 뒤 난 하루키의 팬이되어버리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공허한 이야기에, 조잡한 언어유희라는 등 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사랑하게 만들어 준 첫 책이었고, 아직 이 책을 뛰어넘는 하루키의 이야기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태엽을 감는 새>와 <양을 쫓는 모험> 역시 굉장한 소설이었지만, 하루키를 알게해 준 첫 작품이란 의미를 지닌 <해변의 카프카>만큼 언제나 떠오르는 책은 아니다.). 

2004년 처음 만난 뒤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읽어서인지 벌써 5번이 넘게 읽은 것 같다. 작년 여름쯤 드라마 <연애결혼>에서 윤세아가 까페에서 해변의 카프카를 읽는 것을 보곤 문득 긒리워져 읽은 것이 가장 최근에 읽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오늘도 역시 이 책을 읽고 있다. 며칠동안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은 탓인가, 문득 이 책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900페이지라는 짧지않은 분량임에도, 이미 여러번 읽은 책임에도 읽을 때마다 하루키의 이야기에 반해서인지 오늘도 이 책을 읽으며 그리운 다무라 카프카군과 나카타상의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들어갔다.  

다무라 카프카군의 이야기, 나카타상의 이야기, 그리고 고무라 도서관의 오시마상과 사에키상의 이야기가 따로따로 시작되어 하나로 만나는.. 일본 어디에선가 있을듯한 도서관과 소년의 모습이면서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그리고 미스테리소설에 나오는 듯한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진 느낌의 책이기에 언제 읽어도 해변의 카프카는 새로운 느낌이다. 다마짱을 찾기 위해 미미양과 대화를 나누고, 조니워커가 고양이의 심장을 먹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날때도 있고, 오시마상이 카프카군을 잠시 데려다 준 숲 속의 별장이 가장 먼저 떠오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쩐 일인지 첫 장을 넘길 때부터 고무라 도서관에 찾아왔던 두 명의 트집잡는 여성이 떠올랐다. 공공시설을 찾아다니며 여성에게 불편한 시설이라든지, 여성이 차별당하는 것을 지적하던 단체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시마상의 성별에 대해 처음 언급되는 장면이라 조금 의미있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다지 인상깊은 장면은 아니었는데..오시마상의 말처럼 정말 필요한 여성을 위한 항의가 아닌, 그저 트집잡는 것처럼 보이는 원칙을 따지다 자신들의 논리에 빠져 자가당착의 모습에 빠지는 모습이 유난히도 인상적이다. 요즘들어 정작 중요한 것을 요구하기 보단,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예전에 그냥 스쳐가는 장면에 불과했던 장면이 오늘따라 유독 인상깊었다. 아마 다음에 읽을 때쯤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장면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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