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염천 -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리스.터키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씨, 책임지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의 여행기를 남겨놓아  쉽게 여행갈 수 없으면서도 가고 싶은 갈망에 며칠을 괴로워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여자는 갈 수도 없는 곳인 아토스반도와 지금은 많이 달라져 보지 못한 터키의 모습을 그려놓았으니 정말 원망하고 싶었다.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곳은 당연 아테네이다. 그 옛날의 흔적으로 가득한 파르테논신전과 아폴론신전이 가득한 곳, 하야 대리석과 파란 지중해가 어우러지는 그런 곳이 그리스라고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키가 여행한 아토스반도는 그런 곳과는 너무 동떨어진 장소였다. 파란 바다가 보이기는 하지만, 남자밖에 들어갈 수 없는 곳, 그리고 여행객은 3박 4일의 체류허가증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숙소라곤 수도원밖에 없는, 하지만 천혜의 자연만큼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다. 

 하루키가 여행을 했을 당시가 1988년이니 벌써 20년이 흐른만큼, 지금은 여행객이 자유롭게 드나들수도 있고, 여자도 방문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친 여행객에게 달콤한 그리스커피와 루크미, 그리고 몸을 따스하게 해주는 우조를 대접하는 20년전의 아토스반도에 가보고 싶다.. 하루키와 그의 동행자처럼 커다란 가방을 하나 메고, 길을 따라 반도에 있는 수도원을 한 곳 한 곳 방문하며, 따스한 커피와 달달한 루크미를 한입 베물고 그들의 소박한 친절에 감사하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의 아토스반도는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터키의 여행기는 그다지 끌리지가 않는다. 일본인을 자주 보지 못한 동네의 사람들이 차이를 대접하고, 딱딱한 제복을 입은 병사들이 사진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일본인에게 가라테를 배우며 좋아하던 모습은 한번쯤 나도 겪고 싶은 경험이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판에 박힌 듯한 질문과 대화를 하며 담배를 달라고 요구하는 어른과 아이떼를 피해가며, 편히 일기조차 쓰지 못하는 곳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아토스반도를 여행할 때와는 달리 불평불만을 많이 터뜨린 하루키때문에 그런 인식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여행이라는 것이 쉬워졌고, 그런 만큼 세계 곳곳 어디 한군데 빠지지 않고 여행객이 없는 곳이 드물어졌으며, 그래서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곳이 많아지다보니 예전에 비해 바가지를 씌우는 곳도 많고, 소매치기도 많아져 가끔씩 언짢아지는 것도 여행이다.. 그런만큼, 여행객이 낯선 20년전의 터키로, 3박 4일의 체류기간동안만 여행할 수 있는 아토스반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정말 하루키 당신은 못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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