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먼 북소리>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쓴 에세이고,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리기를 하며,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며 드는 생각을 쓴 에세이라면 <비밀의 숲>은 그런 주제 없이 온전히 하루키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21년을 산 고양이 뮤즈이야기에서부터, 필명이 아닌 실명 "무라카미 하루키"를 쓰는데에 따른 고충, 그리고 사소한 것 같지만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하는 " ~엔 맡았습니다"와 같은 표현에 대한 불만과 우연히 관심을 갖게된 러브호텔의 이름, 그리고 길거리에서 자신을 마주치면 밥을 먹을 때에나 만원전철에선 제발 아는 체 하지 말아달라는 소심한 부탁까지 하나하나 새로운 이야기였다.  

물론 불의의 사고로 죽은 두 명의 육상유망주에 대한 이야기나 달리기를 좋아하는 하루키의 모습은 바로 전에 읽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알게된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 책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달리기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며, 음악에 돈을 아끼지 않는 매니아에 취미겸 직업으로 번역을 하고 있는 하루키였다.  

낮과 밤이 달리 살 것 같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10시전에 잠드는 바른 생활 사나이의 면모를 지니고, 어떤 소설가가 "하루키는 이제 한물갔다"라는 식으로 한 이야기에 당좌개설을 거절당한 뒤 모든 예금을 인출하고, 즉시 당좌를 개설해주라던 은행을 여전히 쓰고 있는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칼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하루키의 모습에 점점 반해버리게 되었다. 

정말이지 에세이를 통해 만난 하루키는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하루키라는 "작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력 넘치는 사람이었다..

덧) 소심하게 이 책을 읽으며 찾아낸 어색한 문장을 이야기하자면.. 

p.112 이 대회에는 '매ㆍ죽 클래스 러너스 클럽'의 회장(회원번호 001)인 불초 하루키와, 부회장인 에이조(회원번호 002) 두사람이 참가했다.  

바로 이부분이다. "저"라는 단어와 "참가했다"는 뭔가 이상하다.. "저"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참가했습니다"를, "참가했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나"가 맞지 않나? 국어에 능통하지 못해 올바른 표현에 태클을 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뭔가 어색하다 느껴 저 문장만 내리 5번을 읽었기에.. 그냥 한번 소심하게 이야기나 해보자 싶은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