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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대중 술집에 가는 사람이 있듯이,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여자와 자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달린다. 달릴 때의 느낌을 통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세상에는 있기 때문이다. – 208쪽 (먼 북소리 中)
낯선 도시에 가면 낯선 도시의 거리를 달리면서, 그 도시를 느끼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며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열성적인줄은 처음 알았다. 단순히 매일매일 약간의 거리를 달리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매년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트라이애슬론, 우리나라말로 하자면 철인 3종경기에도 틈틈이 출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완주가 목표가 아닌, 3시간 40분을 전후로 완주하는 목표를 가진, 달리기 애호가였다.
아테네의 승전을 알리던 길도 한여름 때양볕아래에서 묵묵히 완주하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은 100km달리기도 무사히 끝마치며, 뉴욕과 일본, 그리고 호주의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언제나 마라톤 대회에 나갈 것을 염두하여 체력을 다지는 하루키의 모습은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항상 상실을 이야기하고, 조금은 어두운 내면을 지닌 주인공들의 이야기였기에 작가 역시 많은 상처를 지녔으며, 담배와 술을 한 옆에 두고 소설을 쓰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루키는 전업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동시에 담배를 끊고, 달리기에 반해 20여년을 달리고 있었다.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며 그렇게 유지한 체력으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수많은 작품을 써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어쩌면 어제도 달렸을지도, 그리고 몇시간 뒤인 새벽 5시에 일어나 잠시 소설구상을 하곤 오늘도 역시 달리며, 또 다른 재미있는 구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흐뭇한 기분이 드는 새벽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