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느끼지 못했지만 읽다보니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와 비교되는 책이었다. <절망의 구>에선 어느날 커다란 검정색 구가 사람을 삼키는 것을 본 정수가 주인공으로 사람이 사라진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면, <눈먼자들의 도시>에선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실명을 하기 시작하고, 실명한 사람들의 집단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부인이 그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제일 처음 목격자라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정수나 자신이 눈이 멀지 않았음을 남편이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인, 사람들이 사라지는 곳에서 약탈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수와 눈먼자들의 세계에서 또 다른 권력을 휘두르는 무법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인.. 단지 "검은 구 빨려들어간다는 것"과 "실명"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정수와 의사부인은 세상에 드리운 절망을 고스란히 맛보며 언제 자신도 검은 구에 빨려들어갈지, 아니면 실명을 할지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었다. 

실명을 한 사람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심한 질병에 걸린 사람처럼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되며 격리수용되는 것을 보고, 그런 세상의 모습에 절망을 느끼면서도 실명을 했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책임을 한줄기 희망을 놓치않던 의사부인과는 달리 검은 구, 사람들에 의해 "절망의 구"로 불리우는 그 구에 빨려들어가는 것도 끔찍한 고통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정수의 마음은 그보다 더 큰 절망감을 느낄 뿐이었고, 그 절망을 공유할 사람들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저 담배를 사러나왔을 뿐이었는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제일 처음 구를 목격했고, 그 구가 사람을 삼키는 것을 본 후 정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끔찍하 두려움을 느끼며 부모님과 함께 도망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혼자남게 되었다. 검정색 구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정부의 이야기와는 달리 점점 늘어나는 구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안정을 느끼다, 다른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을뻔하다 세상에 남은 단 두명의 사람이 되어 구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깨달은 채 고독을 느끼고, 절망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었다. 그나마도 자신들의 부주의에 의해 결국 혼자만 남게되지만..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실명했던 사람들이 시력을 되찾듯, 절망의 구 역시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 누구도 원인도 모르는 채, 과연 그 구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사라진 구를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애꿏은 사람에게 화살을 돌렸다. 복수를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하던 사람들 무리에 두려움이 느껴졌던것처럼,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하나의 희생양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 최초로 목격했음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했던 정수가 자신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 다른 사람을 몰아부치는 모습이 "두려움에 의한 회피"로 느껴졌다면,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집단일 뿐이었다. 희생양을 희생시킨다고 할 지라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희생양을 찾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단 여론에 떠밀려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집단으로 전락한 사람들.. 과연 노인은 정수에게 무엇을 조심하라고 한 것일까? 위급할 때 자신밖에 생각못하는 인간의 이기심? 아니면 군중심리에 의해 생각이라는 것도 하지 않은 채 우루루 몰려가는 그런 모습?  

부모님한테서도 버림받은 정수는 과연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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