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대학생 배낭여행자들은 비싼 돈을 들여 여행을 간만큼, 한달남짓한 기간동안 유럽을 둘러본다며 런던의 대영박물관을 시작으로, 뮤지컬도 보고, 또 다른 박물관을 여기저기 쏘다니다 며칠 후엔 융프라우를 올라가고, 프라도 미술관을 들렀다 어느새 모나코왕국을 구경하고, 잠시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바티칸시국의 웅장한 성베드로성당을 구경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는 파리를 끝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눈 앞에 놓인 수많은 작품과 유물, 그리고 멋진 경치를 눈에 담느라 미처 거기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듣지못한 채 돌아와버린다.. 나 역시 그런 여행을 했었고, 그렇기에 이 책 속의 장소들은 이전에 한 번 본 곳이기는 하지만 아주 새롭게 다가오는 장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고민없이, 이 책과 더불어 트렁크 한 가득 런던에 대한 책과 함께 런던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5년전 여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낑낑대며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그리니치천문대 등 유명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대고, 시간에 쫓기며 박물관을 거의 뛰다시피 구경했던 여행이 아닌  뉴턴의 무덤 앞에서 뉴턴을 기억하고, 웨스턴민스터 사원에서 브론테자매와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으며 그녀들의 삶에 대해 기억해보기도 하고, 대영박물관 속 유물들을 직접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 그것에 얽혀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더듬어보며 그렇게 여행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친구에게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주듯 웨스턴민스터사원에서는 그 곳에 묻힌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때로는 그들의 인생에 대해, 때로는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세인트 폴성당에 가서는 무시무시했던 런던 대화재와 그 곳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영원히 있을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또 다른 런던의 명소인 대영박물관, 트라팔가광장,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으로 한걸음씩 이동해가며 때로는 과거 속으로 때로는 허구 속으로, 때로는 현실로,, 그렇게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그 곳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나 역시 런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이런 기분 그대로 정말이지 훌쩍 런던에 가버리고만 싶은데..   

생각처럼 훌쩍 런던으로 떠날 수는 없으니, 우선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들은 런던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는 틈틈이 한권한권 보관함에 책을 담기 시작했다.. 너무 역사를 다룬 책은 빼고, 별로 관심이 생기지않는 책도 빼고, 시들도 뺐는데.. 그렇게 담은 책들이 어느새 14권이 넘어버렸다. 안그래도 며칠전 읽은 <한국의 책쟁이들>을 보며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도 10권이 넘는데.. 오늘 또 정혜윤PD님 덕에 10권이 넘는 책이 불어나고야 말았다.. 그래도 이 책들을 한아름안고 그녀가 걸었던 장소에서 그 책들을 읽는다면 얼마나 색다르게 런던이 다가올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언젠가는 꼭 그런 여행을 하게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지막 장을 덮을 뿐이다.. 

덧)) 어떤 리뷰어의 말씀대로 책과 가이드북의 인용문을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것도 없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이얘기 저얘기 왔다갔다해서 잠시 방심하며 책을 읽으면 앞의 이야기가 기억에도 남지않고, 때론 이야기간의 연결이 안되는 것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런던에 있는 하나의 관광지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장소에 이야기를 결부하니 새로운 느낌이 들어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서울에 대해서도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과 역사에 대한 인용문으로 가득찬 그런 책이!!  

런던탑에서 헨리 6세와 앤 불린을 기억하는 것처럼 서울의 고궁을 둘러보며 수양대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단종이나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된 뒤 폭군이 되어버린 연산군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웨스턴민스터사원의 무덤을 보며 브론테자매를 떠올리듯 종로를 거닐며 그곳에 있던 수많은 다방에서 이야기를 하던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트라팔가광장의 넬슨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청앞 광장을 거닐며 2002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때론 축제의 장소, 때론 시위의 장소로 그렇게 시민들의 장소로 재탄생한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서울에 대한 책을 들고, 서울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텐데.. 누가 이런 책을 안써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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