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상실의 시대로 만났고, 해변의 카프카에 반해 버려 단편집과 기나긴 장편 태엽감는 새 등 한권한권 읽기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얼마전 출간된 1Q84를 포함하여 거의 다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이토이 시게사토가 번갈아 쓴 독특한 느낌의 소울메이트도 읽은 상태이지만 하루키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는 에세이는 아직까지 한권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먼 북소리도 그렇고, 슬픈 외국어와 같은 에세이에서도 하루키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고는 익히 들어왔지만 "에세이"란 분야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래도 하루키 이벤트 덕으로 4권의 에세이 책을 갖게 되었고, 다른 분의 추천으로 <먼 북소리>를 가장 먼저 읽게 되었다.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져,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3년간의 여행생활을 하고, 그곳에서 일본과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이야기하고, 그곳에 적응하던 일상의 이야기가 담긴 <먼 북소리>를 읽으며 나에게도 먼북소리가 들려왔으면,,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소설가라는 삶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3년간 일을 그만두고 마음이 끌리는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않을텐데.. 어느 한 곳에서 머물며 일을 하는 직장인이 아닌 세계의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해도, 자신의 머릿 속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종이와 연필, 그리고 마음의 안식처만 있으면 되는 소설가이기에 하루키는 자신에게 들리는 북소리를 따라 이동할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니 정말 "소설가"라는 삶이 부러웠다. 때론 창작의 고통에 몸부리치기도 할테고, 때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주지 못해 서러울 수도 있을테고, 안정적이지 못한 금전수입으로 고통받을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그 누구보다 여유를 지닌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그러한 고통을 모두 잊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싶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스미레가 사라졌고, 그런 스미레를 찾으로 나가 갔던 그리스의 한적한 섬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루키가 3년동안 여행을 하며 쓴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며 낙천적이기도 한 하루키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며, 한적한 이탈리아의 느긋하고, 제멋대로의 매력적인 사람들이 느껴지기도 하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먼 북소리>..  나의 로망이기도 한 그리스의 여러 작은 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에, 인간 하루키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기에,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의 한 편의 멋있는 여행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