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구판절판


그들은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돌담을 쌓고 있었고, 나름대로 정성 들여 꼼꼼히 일했다. 돌을 쌓는 솜씨는 가히 예술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렇게 작업하는 모습은 하루 종일 보아도 질리지 않을만큼 재미있다. 게다가 마무리한 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블록 담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큰 비만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정말 멋진 담이다.
"몇 년뒤에 다시 큰 비가 오면 또 무너지겠지."
"무너지면, 또 다시 쌓겠지." 하고 아내가 말한다.
그렇다, 그들은 벌써 몇 천년이나 그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역시 그리스인은 될 수 없을 것 같다.-136쪽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대중 술집에 가는 사람이 있듯이,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여자와 자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달린다. 달릴 때의 느낌을 통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세상에는 있기 때문이다.-208쪽

내게는 지금도 간혹 먼 북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오후에 귀를 기울이면 그 울림이 귀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막무가내로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것이다.-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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