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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2006년, 그 무렵 내가 푹 빠져있던 책은 재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사건>이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이야기인 제인에어가 등장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문학 속 주인공들이 괴짜 발명가 마이크로프트(셜록 홈즈의 형이름과 같아 주인공 이름은 기억도 나지않으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이름이며, 등장인물이다.)가 만든 발명품에 의해 현실세계로 이동한다는 점과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간을 멈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맘대로 시간대를 오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책이 출간되었었다. "시간여행자", <제인에어 납치사건>에 나오던 주인공 아버지처럼 시간을 맘대로 다룰 수 있는 그런 사람에 대해 내 멋대로 상상하며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책은 절판이 되어있었다. 출간당시 바로 읽었으면 될 것을 조금씩조금씩 다른 책을 핑계로 미루었던 것이 더 이상 책을 살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었다.. 그래서인지 하얀 색표지에 파란 띠지의 책표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언젠가 도서관에서라도 빌려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 정말 행운처럼 소설이 영화화되며, 책 표지가 바뀌어 우리나라에서 다시 출간되기 시작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서평단 도서로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이 책을 받는다는 기쁨에 같이 오게되는 <그저 좋은 사람>를 덤처럼 여길정도로 이 책의 도착을 하루종일 기다렸다. 그리고 첫 페이지, 나처럼 이 책을 읽지않았으나 절판되어 슬퍼하던 사람들에 대한 옮긴이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한장한장 그리워하던 책을 읽었다.
시간여행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임머신기계를 생각하며, 우리가 가고 싶은 시대로 우리 마음대로 이동하여, 바꿔놓고 싶은 역사에 관여하고 싶다고 혹은 미래로 가서 로또나 주식정보, 혹은 시험문제를 미리 알아내어서 현재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상상을 하는 것과는 달리 시간여행자인 헨리의 삶은 고달플 뿐이었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때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때로, 자신의 몸이외엔 옷도 신발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남자였다. 단지, 자신의 유전자가 남들과 다르기때문에, 유전적 질환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옷도 돈도 없이 다른 세계에 툭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은 어린 나이의 자신한테 찾아가 소매치기하는 법, 자물쇠 따는 법을 가르쳐야만 하고, 맨몸으로 도착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경찰, 그리고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다른 책의 시간여행에선 미래를 바뀌게 하므로 절대 과거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되풀이하며,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는 절대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과는 달리 헨리는 과거와 미래의 나가 서로 만나며 시간여행을 하지 않은 나가 시간여행을 한 나에게 도움을 주고,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어떤 것이 원인인지 어떤 것이 결과인지 모호하게 그의 시간은 흘러갔다.
사실 여섯살 난 클레어를 시간여행을 통해 나타난 서른여섯의 헨리가 처음 만나고 계속해서 이어진 만남을 통해 클레어가 헨리를 자신의 천생연분으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그들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여섯살 난 클레어가 헨리를 만날 때부터 좋아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미래의 헨리가 클레어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고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가 시간여행을 통해 클레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국 그녀는 헨리를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헨리가 시간여행을 할 때 그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헨리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하기때문에 그녀의 과거로 이동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도 없었다. 만약 헨리와 클레어가 서로 모르는 존재라면, 굳이 헨리가 클레어의 과거에 나타날 이유는 없는데... 아니 우연히 한 번쯤은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여섯살에서 열여덟살로 클레어가 자라는 동안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꼴로 클레어에게 나타나진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어떤 것이 먼저일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헨리의 시간여행에 의해 모든 것의 인과관계는 불명확하지만, 헨리와 클레어가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채 사랑을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만날지 모르지만, 어젠 어디에서 어떤 모습이건간에 클레어와 헨리는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것만이 그들에게 중요한 사실같았다. 만약 나라면 누군가 나를 남겨둔 채, 언제 돌아올지도, 어디로 갔는지도 알리지 않은 채 훌쩍 사라졌다 때때로 상처를 입은 채 알몸으로 훌쩍 나타난다면 도무지 불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헤어질 것 같지만 클레어와 헨리는 그런 사실에 서로 힘겨워하면서도 같이 이겨내며, 과거와 미래에 서로를 끊임없이 도와주며 사는 모습에, 서로 만나지 못할 미래에 헨리의 능력으로 애틋한 만남을 갖으며 그 누구도 상상하질 못할 애틋한 사랑을 할 뿐이었다. 어쩐지 그들의 사랑이 부러워지기도 하고, 어쩔 때엔 이해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랑이었다.
덧붙여 말하면..
이 책에서 그들의 이야기 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김씨 아주머니의 출연이다.. 외국영화에서 한국어가 나오는 장면을 볼 때에도 어쩐지 뭉클해지는데, 이 책엔 한국인 아주머니 키미가 등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한 두번 지나가는 그런 역할도 아닌 어릴 적 헨리를 돌봐주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헨리의 아버지를 걱정해주며, 시간여행을 통해 알몸으로 나타나는 헨리를 위해 아이부터 어른의 옷을 옷장에 보관하고 계시는 그런 조연급의 존재로.. 어쩐지 외국소설에서 6.25의 모습도 아니고, 6.25에 참전한 군인도, 입양된 한국아이도 아닌 그냥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주머니로 언제나 헨리를 도와주는 키미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2009년 10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스틸사진을 보니 빨리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알몸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지도 궁금하고, 헨리와 여섯살의 클레어가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정말 궁금하다..
영화에서의 한장면..
여섯살(확실히 여섯살일때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헨리와 클레어의 첫만남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을 때 같다..) 클레어와 서를 여섯의 헨리가 만나는 모습..
책에선 클레어가 헨리에게 구세군에게 기증하려 한 아버지의 옷가지를 갖다주었다고 하는데,. 헨리의 모습은 자기 옷을 입은 듯너무 깔끔한 차림새이다... 분명 자신의 옷이 아니니 사이즈도 안맞았을테고, 옷도 낡았었을텐데.. 왠지 내 상상과는 조금 어긋나는 모습이어서인지 여러 장의 스틸사진 중에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사진이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PhotoView.do?movieId=44430&photoId=427595&order=default&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