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주간 15위, 종합신간 20위, 블로거베스트셀러 3위인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은 서평단 도서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혹하여 책을 산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책들은 대부분 내가 이미 알고있는 작가이지만 별로 내 취향이 아닌 작가들의 작품이었을 때 정이 안가면서도 왠지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남들에게 뒤쳐진다 생각하여 한 템포 느리게 읽게되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무턱대고 이름도 모르는 작가의 책을 읽지않는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줌파 라히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내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이 책은 결코 내가 사지 않았을 책이며 읽지 않았을 책이었다. 

물론 김연수의 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1,2,3위인 블로거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가끔 궁금은 하였지만 다른 흥미로운 책도 많은 상태에서, 제목도 평범한 듯한 이 책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갖고 싶어하던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서평단 도서로 온 것을 매우 반겨하며, 이 책은 그저 덤이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여행자의 아내>보다 이 책을 먼저 읽게되었다. 아무래도 2권으로 이뤄진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읽는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이 책의 경우 단편이다보니 조금은 설렁설렁 읽어 치우려고(!!책을 통해 뭔가를 얻기보단 그저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어, 읽은 책의 수를 한 권이라도 더 늘리자는 심보와 우선 받은 책이니 얼른 읽어 치운다는 생각이었으니 책을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다른 책의 덤이라고 여기며, 읽어 치우는 책이라고 여겼던 첫 느낌은 완전히 이 책에 대한 오판이자 모욕이었다. <그저 좋은 사람>은 설렁설렁 읽을 수도, 그렇다고 너무 지루해 포기할 수도 있는, 다른 책의 덤과 같은 그런 책이 아니었다. 아니, 이 한 권의 책으로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에 대해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왜 이제서야 줌파 라히리작가를 알았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인, 그리고 왜 이 책이 블로거베스트셀러 3위이며 여러 알라딘리뷰어분들이 왜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글 자체는 너무나도 덤덤했다. 5개의 단편에서 어머니를 잃은 딸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각으로 쓰여진 이야기,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누나와 동생의 이야기, 친구 혹은 하우스메이트간의 이야기를,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가 3개의 단편에서 덤덤하면서도 서로간의 차이에 의해 겪는 갈등에 대해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그려졌다.  

그런 덤덤하고 잔잔함 속에서, 나와는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리를 입고 가르마에 붉은 물을 들인 인도여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게 되는 인도이민자들이 겪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느꼈다.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크게는 자신에게 익숙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게 되며 문화적 차이에 고민하는 사람들간의 갈등과 고민일 수도 있지만, 작게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 부모님과 자식간의 갈등일 수도, 서로 다른 습관을 지닌 가정에서 자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누구보다도 가까운 한 가족이되었지만 결국엔 남인 아내와 남편간의 갈등이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라 상급학교에 진학하게됨으로써 만나게 되는 서로 다른 지역색을 지닌 친구들간에서 내가 느끼는 소외감이며, 나의 고민이자 내가 맺고 있는 관계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기에, 가족이지만 결국엔 서로 다른 가족의 울타리에 들어가기에, 어느새 우리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해있던 '나의 가족"에서 어느새 점점 거리감을 느끼며 결국 나의 의지로 만든 "나의 가족"에 속한 채 서로 다른 가족으로 살아가게 되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자 그런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이기에 덤덤한 문체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더 애잔함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의 떨리는 품에 안겨있던 연약한, 생존을 위해 아버지를 필요로 하던, 부모밖에 모르던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었고, 때로는 관계가 끊어질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루마도 결국 그런 식으로 자식들을 잃어갈 터였다. 아이들은 점점 남처럼 멀어지고 제 엄마를 피할 것이다. – 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