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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유시민을 싫어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서,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정책을 추구해서 등등의 이유있는 거부가 아닌 그저 "정치인"이기때문에 싫어했다. 내가 고 3때,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란 말을 듣게했던 그 당시 교육부장관 이해찬을 싫어하게되면서부터, TV에서 보는 정치인들이란 재산을 숨기고, 국회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서로의 비방만을 할 뿐 좋은 모습이라곤 눈꼽만큼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나는 "정치인"을 싫어하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유시민 역시 싫어했다. 그런 모습이 싫으면 그런 정치인들을 물갈이하기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야겠지만, 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정치에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유시민이 책을 쓰든, 뭘 하든, 다른 정치인들이 멱살잡이를 하든 욕을 하든 신경쓰지 않은채 살았다.
이 책 역시 "독서"와 "청춘"이라는 말이 들어있지 않았더라면 여타 다른 그의 책처럼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의 책이기에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방향이 되어준 책들에 대한 호기심이 "정치인의 책"이라는 인식을 가볍게 눌러주었기에, 나는 처음으로 유시민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14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차례에서 그 책들의 목록을 보는 순간 수많은 책도 아닌 고작 14권의 책 중에 내가 읽은 것이라곤 어릴 적 세계문학으로 읽은 <죄와 벌>과 얼마전 간략하게 읽은 "사기 교양강의"를 통해 소개 받은 <사기>외에는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았음에도 읽었다고 착각한다는 <종의 기원>이나 <인구론>의 주된 주장을 보니 나 역시 배우기도 했고, 들어도 보았던 주장들이지만 그것이 다였다. 한 세기에 있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고, 30여년전 유시민이 읽었던 책들임에도 나는 아직 읽어보지 조차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것이 목차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들고 있는 나는, 그럼 이제까지 어떤 책을 읽어온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본작가의 추리소설이나 애거서 크리스티나 아서코난도일의 추리소설, 그리고 요즘 베스트셀러인 책들이 인생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량의 책을 읽기보단 한권의 책이라도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읽고, 한 때 베스트셀러인 책들도 좋지만 수백년간 읽어져온 고전을 읽음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텐데 나는 그저 "독서"를 할 뿐 나중에 인생의 전환점을 돌았을 때 "아,, 이 책이 나의 인생의 책, 청춘의 책이구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이 없다는 사실이 창피하였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대학교 신입생때쯤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책들이었기에 이 책을 딸에게 준다는 그의 이야기에 부러움을 느꼈다. 딸로서 아버지의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책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지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부러움과 부끄럼움을 느끼며 나는 이 책 속의 고전들을 짧게나마 맛보며, 한 권 한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14권의 책 중 이미 우리나라에선 절판된 채 쉽게 읽을 수 없는 책도 있고, 조금은 딱딱한 내용의 책들도 있고, 그저 유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본 책의 모습에 만족하게 되는 책들도 있었지만, 반드시 두달밖에 안남은 올해내에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되는 책들도 있었다. 읽지 않은 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없듯, 사람마다 같은 느낌으로 한 책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있어 청춘의 독서라 불리워지는 책들인만큼 나에게도 어떠한 의미를 남기지 않을까라 생각하며 읽기를 다짐했다.
특히, 한자오치의 강의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사기>도 부분적인 내용이 아닌 전반적인 내용을 읽으며 권력투쟁을 통해 중국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도 싶어졌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들은 하나같이 읽어야될 책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대위의 딸>과 고향집 책장에 꽂힌 한국소설집 중 최인훈작가님의 책에서 <광장>도 읽어야겠고,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통해 우리가 알고있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 노무현대통령의 죽음과 이렇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부끄럽지만 얼마전 한국의 방송계에서 추방당한 박재범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다른 책들에 비해 가장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수많은 신문들의 보도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신문에서 고의로 사건을 보도하고, 한 사람을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발을 붙이고도 못살만큼 몰아세워 블룸이 신문기자를 죽인 것과는 달리 한 분은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지우려하셨고, 한 사람은 철없던 시절 그의 말처럼 한국을 떠나버리고야 말았다.
블룸의 경우 단 한 신문사에서 그렇게 행동을 하였지만, 인터넷이 발전한 지금은 모든 신문사에서 좀 더 많은 눈길을 끌기 위해, 그리고 많은 클릭수를 얻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에 의해 낚시글이 판을 치고,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사실으로 밝혀졌나 여부보단 그렇다더라라는 추측성 의견이 얼마나 많은 시선을 끌어모을까만 생각하는 그런시대에 살고 있기에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아졌음 많아졌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기에 그 어떤 책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다른 누군가의, 다른 세계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기에 그 어떤 책보다도 먼저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었다. 이제는 정말 이런 일이 없게, 그 어떤 자극적인 기사와 여론에 휩싸이기 보단 나로서의 중심을 잡고 그 사건의 진실을 보도록 노력해야할텐데.. 아직은 그런 여론에 휩싸이는 것이 더 쉬운 나인것같지만 그런 나를 반성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위해서라도 정말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청춘"과 "독서"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되었지만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만 생각하던 고전을 통해, 현실의 모습을 보고, 단순히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이야기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과 변하지 않은 현실의 문제점을 만나게 되었다. 아직은 14권의 책을 읽지 않은 상태임에도, 유시민의 짧은 소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배웠는데.. 아마도 이 책 속의 14권의 책을 읽은 뒤 다시 이 책을 읽게된다면 나는 또 어떤 것을 느끼게될까? 그가 청년시절 읽었던 책들을 이 책을 출간하기 전 다시 읽으며 새로운 것을 느끼고,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처럼 나 역시 유시민의 또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기필코 14권의 책을 읽은 뒤 다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결국, 이렇게 또 15권이 필독도서리스트가 생겨버리게되었지만, 부담감보다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