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그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계에서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자신에게 떠날 용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았고 있었다. 그토록 바다를 바라본 것은 단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54쪽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68쪽
저는 외롭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고독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쓸쓸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눈이 내리는 밤에 짖지 않는 개와 마찬가지로 저는......-141쪽
너무나 큰 세계였다. 흑두루미들은 그렇게 큰 세계를 가로질러 아무르 강변에서 이즈미까지 날아온 셈이었다. 우리가 그 세계를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수도 없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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