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내가 정서적인 부분,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둔감하길, 무언가 결여된 사람이길 바랐다. 그건 상처입고 싶지 않다는 마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갈망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혜가 옳았다. 사랑받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74쪽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는 말이 그 순간 상당히 철학적으로 들렸다. 맞다.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 모든 이야기는 현실이 낳았으니까.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가 이야기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원래 현실에 바탕을 뒀던 것이다. 현실이 이야기를 낳았다.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를 낳았고, 웃기는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낳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지저분한 이야기를 낳고, 지저분한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낳고, 어려운 이야기는 재밌는 이야기를 낳았다. 현실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현실을 낳고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