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옷과 신발과 머리카락까지도 빼앗겼다. 그들은 우리의 이름마저도 앗아갈 것이다. 내 자신이 과거에 누구였는지를 잊지않으려면, 우리는 스스로 내부에서 그 힘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에서 이름이 아닌 그 무언가라도 남아있도록 안간힘을 써야 한다.-24~25쪽
모든 것은 너희들의 유언을 후세에 전해주는 사람들, 즉 이 시대의 역사를 쓰게 될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살해된 민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는, 결국 살인자들이 살해된 민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 일뿐이다. 그래서 만약 살인자들이 승리하게 된다면, 그들이 이 전쟁의 역사를 쓰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학살된 이 사건이 도리어 세계 역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 중 하나로 표현될 것이고, 앞으로의 세대는 그러한 십자군 기사들의 용기를 가리게 될 것이다. 그들의 모든 말은 복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폴란드 유대인이나 바르샤바 게토, 마이다네크의 게토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세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 버리려고 결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68~69쪽
많은 역사가들은 폭력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죽음이 일상사가 된 전쟁이라는 맥락에서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어떤 역사가들은 인간이란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배척당하고 싶지 않아서, 가령 겁쟁이가 안 되려고 하기 때문에 집단 대학살에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 또 다른 사람들은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그것을 설명하기 도 해.-72쪽
그런데 엄마, 독일인들이 모두 죽이려고 달려들 만큼 유대인들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아무 짓도 안했단다. 어떤 사람이 희생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질문을 하곤 하지. 이로써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했음에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간주하는 거지. 그리고 희생자 자신이 아무런 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책임이 있는 양 느끼게 되는 묘한 경우도 종종 있단다. 성폭행의 희생자가 된 여성의 경우에 그런 경향이 곧잘 나타나지.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친 일에 대해서 그들 자신도 다소간 책임이 있다고 믿거든. 그러나 나치들은 실제로 유대인이 비난 받을 짓을 해서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저 유대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였어.-107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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