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는 가끔 홍콩이 지나치게 생생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생명력이 너무 넘쳐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디에나 벌레가 기어다녔고, 언던에는 들개가 있었, 모기는 맹렬하게 번식했다. 사람들은 산 한복판에 길을 내고 빌딩을 세웠지만, 자연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73쪽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다. 디너파티에서 누군가가 비평을 하자 그 말에 대해 완벽하고 날카로운, 심지어 도발적이기까지 한 대답을 생각해내고는, 숨을 들이쉰 뒤 그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그런 순간에 클레어는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했던 것을 삼켜버렸고, 변화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클레어의 모습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116쪽
이곳 수용소에는 색깔이라곤 전혀 없다. 옷은 이미 오래전에 남아 회색이 되었고, 음식도 모두 한 가지 색이며-접시 위에는 희미한 갈색 진흙 같은 것이 있을 뿐이다-건물은 콘크리트이다. 윌은 붉은색, 자홍색, 해바라기의 노란색, 생생한 녹색을 그리워한다. 회색과 갈색에서 벗어나 얻는 유일한 위안은 가끔 청아한 푸른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과 청록색으로 물결치는 바다뿐이다.-237쪽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파티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상대 이상으로 생각해준 사람도 없었고. 그런 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일이지. 안그래? 하지만 당신은 나를 사랑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준 거야. 그리고 그게 진실로 느껴졌어.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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