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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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속 장면을 보며, 도대체 무슨 장면인가 싶었다. 1998년이면 중 3때이고, 그 당시에 나온 영화는 거의 본 것이 없으니, 이 장면이 그 유명한 <위대한 유산>이란 영화이고, 에스텔라역이었던 기네스 펠트로의 키스장면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두꺼운 분량의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기전 다른 분들은 어떻게 리뷰를 쓰셨는지 읽다, "사실無근님"의 리뷰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감동에 이어 영화 속 핍과 에스텔라의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인터넷을뒤지고 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라는 영화평에 끌려, 그리고 다시 한번 핍을 만나기 위해 유로다운로드사이트를 뒤지며, 오늘 꼭 이 영화를 보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버렸다. 

핍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자신과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와 함께 사는 조금은 불쌍한 아이였다. 조그만한 실수라로 하면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이 어떻게 너를 키웠는지 아냐며 소리를 질러대고 매를 드는 누나와 살며 위축되기도 하고, 그런 누나와는 달리 덩치 큰 친구처럼 자신을 사랑해주는 매부 조와 함께 사는, 부모님이 없고, 조금은 가난한 생활을 하며, 누나에게 매를 맞으며 사니 불쌍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를 생각해주고, 사랑해주는 매부가 있고, 가난하지만 당장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하는 그런 가난함이 아니며, 대장장이라는 직업에 대한 미래가 있기에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도 있는 그런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핍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연히 탈옥수를 도와주게되었고, 정말 우연히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어 이제까지의 불쌍한 핍이 아닌 "신사 핍"으로 거듭나기 위해 런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듯, 수많은 드라마 속의 가난하지만 밝고 명랑한 아가씨가 재벌2세를 만나듯, 가난한 소년 핍은 한순간 행운의 사나이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행운의 사나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러 온 재거스씨를 만난 날이 핍에게 있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중대한 날이 되었다. 자신에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아직은 금일지 철일지 모를 그런 쇠사슬에 묶이게 되는 인생의 첫 고리가 형성되는 그 날..

그날은 나에게 잊지 못할 중대한 날이었다. 그날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에서 어느 선택된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인생의 진로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그대 독자여,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에게 결코 묶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그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135쪽(위대한 유산 1)  

하지만 2권에서 드러나듯 "그 날"은 금이 아닌 철이었고, 꽃이 아닌 가시로 만들어진 쇠사슬에 묶이게 되는 날이었다. 만약 재거스씨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만족하진 못했겠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하게되는 핍의 말에서 드러나듯, 익명의 유산상속자에 의해 그는 물질적으론 풍족한 삶을 얻게 되었고,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신사의 삶을 배우게 되었지만 가슴이 얼음으로 이루어져있던 에스텔라처럼 핍 역시 서서히 가슴이 얼음으로 뒤덮여져 갔다.   

아, 재거스 씨가 결코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가 나를 대장간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비록 만족하진 못했어도 이보다는 행복했으리라! – 131쪽  

자신과 함께 사는 신사 중의 신사 허버트와의 관계에선 여전히 따스한 마음을 지닌 핍이였지만, 겉모습은 점점 신사처럼 되어가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던 매부 조를 부끄러워하고, 고향을 방문하여도 더 이상 자신이 자란 집을 찾아가기보단 여관에서 머무는 핍의 모습은 신사라기보단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졸부(아직 완전히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나 자신의 매부에게 칼같이 선을 그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위선이 그의 몸에서 풍겨져나왔으면 그 착하디 착한 매부 조가 사랑하는 핍이라 부르는 대신, 자신보다 지체 높은 사람을 부르듯, 자신이 하인인 것마냥 "나리"라 부를까 싶었다.. 

만약 내가 조였더라면, 은혜도 모르는 놈이라는 둥, 어떻게 인간이 되어 그렇게 야박하게 구느냐는 둥 핍에게 아쉬운 소리를 퍼부었을텐데.. 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핍을 사랑했고, 돈이 많건 적건 핍을 걱정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날 때에도 그를 지켜주는 너무나도 따스한 사람이었다.. 만약 에스텔라에게도 조와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미스 해비셤의 그늘에서 오만과 차가움을 배우면서도 가슴 한 켠에 따스함을 간직하는 법을 배웠을텐데... 늦게나마 조의 사랑에 눈물짓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찾은 핍의 모습을 보니 에스텔라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조와 같이 조건없는 사랑을 담뿍 나눠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나에겐 그런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하고, 정말 감사했다..). 

돈에 의해 변했고, 사랑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핍의 인생과 쓰임에 따라 사람을 나쁘게 변화시킬수도 때론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들었던 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준 <위대한 유산>. 역시 고전만큼 많은 것을 내포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도 없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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