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구판절판


어느 한적한 겨울, 해가 없는 쓸쓸하다면 쓸쓸할 수 있는 아무도 없는 그런 산책길의 모습으로 첫 만남을 갖은 핀란드의 모습은 쓸쓸하기보단, 한적한 외딴 길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고즈넉한 곳이었다.

핀란드는 낯익은 그런 나라는 아니다. 사우나로 유명하고, <기발한 자살여행>에서 만난 핀란드인의 우울함(이후에는 그런 우울함이 싹 사라졌지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핀란드였다.

그런 핀란드 안에서의 디자인 산책.. 핀란드엔 어떤 디자인으로 가득한지를 기대하게되는 첫 만남이 바로 이 산책길이었다,,

빛은 감정이다.

빛에 감정이 있다.
그래서 빛은 사람을 움직인다. – 34쪽

빛과 함께 어둠을 디자인의 본질로 생각하고, 어둠속에서 가물거리는 촛불을 밝히고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핀란드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까만 페이지 속의 불빛은 사진으로만 만나는 것이 아쉬운 핀란드의 모습이었다.. 이런 화보사진과 같은 불빛이 아닌, 실제 핀란드인의 가정집 식탁에 초대받고 싶은 느낌이...

그리고 회사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하기보단 개인컵을 사용하고, 커피 타임 모든 사람들이 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여유의 모습도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커피 타임을 즐기기보단 따로따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그럴 때를 제외하곤 따로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눈을 마주볼 시간도 없는 그런 모습을 지녔고, 개인컵의 사용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이컵의 사용이 많고, 커피전문점에서도 머그컵보다는 일회용컵을 주는 풍조가 조금은 안타까웠다.

이 세상에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단지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 74쪽

모든 물건의 재활용을 중시하고, 버려지는 옷의 천을 모아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내는 핀란드..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라지만, 그렇게 일회용품을 낭비하다보면 우리나라는 마음과 물질 모두 부족한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자연과 어울리는 그런 디자인을 만들고, 모든 물질을 아끼며, 소수의 사람들보단 다수의 사람들이 편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핀란드인들의 생활모습은 우리가 꼭 배워야하는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연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받으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한다는 생각...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그나마 서울근교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마저 제한이풀리며 개발이 되는 현실 속에서 핀란드의 도시계획이, 핀란드인의 삶의 모습이 더욱 인상깊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 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두어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169쪽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도시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관심이 끌렸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이용하여 도로를 만들고, 도시계획에서 자연을 도시안에 그대로 담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핀란드처럼 우리나라 역시 도시계획에 있어 자연을 점차 중요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좀 더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직선으로 뚫는 고속도로에 의해 산의 허리가 잘려나가고, 그로 인해 동물들의 길이 끊기는 곳을(이것을 막기 위해 생태통로를 만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조금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비용에 의해, 편리함을 위해 그런 개발을 여전히 하는 우리는 조금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속의 디자인 모두 인상깊었다. 때론 무슨 상품정보를 나열하는 잡지마냥 한 회사의 다양한 물건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때엔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자연의 모습을 담은 핀란드의 디자인의 한 예인 새의 모습을 본 뜬 유리공예도 그렇고, 다수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공공디자인도 그렇고 모두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공사장의 가림막이었다. 회색의 커다란 철판으로 을씨년스럽고, 때론 차가운 느낌을 주며,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인식만을 주는 우리나라와의 가림막과는 달리 하얀 꽃 동굴을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가림막..

수없이 공사가 이루어지는 서울에, 이런 가림막을 사용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공사장이라 삭막한 분위기보단 때론 꽃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때론 단풍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그런 밝은 분위기의 공사장이 되도록..

적어도 내가 공감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공간 개념은 그래서 서로 침묵하는 시간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침묵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자신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시간을 서로 인정한다. – 323쪽

가끔은 이렇게 자연이 보이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고독과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며 앉아있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것이 결국 인간간의 관계를 지속해주는 방식이라는 것.. 우리는 이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덧)) 원래 이 책 속의 사진들은 선명한데.. 이번엔 이상하게 다 줄무늬가 생겨버렸다.. 다시 찍기도 귀찮고,, 핀란드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할 때에도 많은 것을 놓쳤을 텐데, 그 사진을 이렇게 다시 사진으로 찍으면서 더욱 많은 것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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