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구판절판


오래전, 핀란드 친구와의 산책길에서 난 아주 예쁜 들꽃 하나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꺾어 든 적이 있다. 옆에서 함께 걷던 친구가 나의 돌출 행동에 놀라며 물었다. "왜 꽃을 꺾어?" "예쁘니까." "예쁘니까 그 자리에 놓아 두어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이날 느낀 나의 부끄러움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자연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시작했다. 어디에든 그 풍토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 풍토에서 생겨난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환경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임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자연은 인간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 그 원칙만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디자인을 생각할 때 함께 공유해야 할 일이 아닐까?
-8쪽

빛은 감정이다.

빛에 감정이 있다.
그래서 빛은 사람을 움직인다.-34쪽

이 세상에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단지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74쪽

"공공장소는 다양한 성격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일단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이미지로서 존재해야 하고 편안함을 주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시설물은 색상도 대중을 고려해서 너무 두드러지지 않는 녹색과, 회색톤, 그리고 갈색 혹은 나무빛깔의 자연색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핀란드 공공디자인의 기본 원칙입니다."
(중략)
공공장소의 디자인은 공통적으로 다수를 배려한다는 원칙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평등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152쪽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 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두어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169쪽

나는 지금, 노동으로 어려웠던 생활을 빛나는 희망으로 스오하시킨 당시 사람들을 상상한다. 자연과 벗하며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확인하며 살아갔던 그들의 안목과 이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허락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 그 자유 안에서 꽃피운 어떤 질서는 지금,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질서는 자유 안에서 스스로 꽃핀다는 사실에 눈뜨는 시간이다. -218쪽

물질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우선으로 하는 풍토를 가진 문화에서는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 인간의 평등함은 나이나 지위를 넘어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에 도달한다.-284쪽

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사람 사이를 더욱 안전한 거리감으로 지켜준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신뢰의 공간이고 정신적 안정을 갖는 공간이며, 마음을 담은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깨어졌을 때 사람들은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며 집중력을 잃는다.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마음을 다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공감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공간 개념은 그래서 서로 침묵하는 시간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침묵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자신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시간을 서로 인정한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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