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정혜윤PD의 <런던을 속삭여 줄께>를 읽으며 꼭 한 번 읽을 책들을 꼽아 리스트를 만들어놨었다. 제인 오스틴, 샤론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로렌스, 찰스 디킨스 등등 수많은 영국 작가들을 보며, 이전에 읽었지만 잊혀진, 혹은 아직 읽지 않은 그들의 작품들을 보며 꼭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만든 리스트였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 담긴 책 중 하나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제일 처음 읽게 되었다. <오만과 편견>은 영화가 상영하기 얼마전 읽었으니 한 2년전쯤 읽었었고,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어릴 적 수없이 읽은 반면 로렌스의 작품만은 처음 접하는 것이 없기에, 두말 않고 그의 책을 제일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이라고도 알려진 이 책을 만약 고등학교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인 성묘사로 인해 음란한 호색 문학이라고 느꼈던 것처럼 조금은 야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자극적인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서인지,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시절에 비해 좀 더 개방적인 사회에 살아서인지 "하나도 안 야했다!!!". 물론 채털리 부인과 멜러즈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여러번에 걸쳐 나오고, 속어를 통해 대화도 나누며, 자유롭게 성과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영상이 넘쳐나고, 문학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서 이 정도쯤은 노골적이라고 보기엔 그 묘사가 너무 섬세하고, 그들의 감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처음부터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멜러즈는 아니었다. 하반신 불구가 된, 지독하게도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 클리퍼드의 곁에서 희생의 꽃을 피울수는 있지만 자신은 서서히 죽어가야만 하는 인생에서 그녀는 마이클리스와도 한 때 외도를 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코니를 존중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가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자신도 쾌락을 느끼려 했던 코니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사랑할 수 없는 남자였다. 그 후 채털리 부인은 드디어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남자, 멜러즈를 만나게 되었다. 귀족사회에서 하인취급이나 받는 자신의 집 고용인에 불과하지만, 그런 신분적 격차는 문제될 것 없이 그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으며, 남자와 여자의 만족 모두 중시해주며, 그 누구보다도 신사적인 멜러즈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드디어 행복한 삶을 꿈꾸게되었고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그런 행복한 삶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아쉽게도 이야기는 끝이 났다. 채털리 부인이 결국 이혼을 했는지, 멜러즈 역시 지독한 그의 아내에게서 벗어났는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확실한 결말을 맛보고 싶었는데..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돈만을 중시하고 거짓사랑을 울부짖는 사회에서, 여전히 계급이란 것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에서, 육체와 정신이 일치된, 진정한 자신만의 사랑을 쟁취한 채털리 부인.. 확실히 지금시대의 윤리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도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핀 것"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 사랑이었지만, 그녀를 존중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녀를 잡고만 있던 남편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한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여자란 남자들의 대화에 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귀족사회를 벗어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자신을 사랑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에.. 그녀의 사랑은 정말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