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죽고난 뒤엔 권력이고 돈이고 다 부질없는 것임에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권력이란 자신의 제외한 모든 사람, 심지어는 가족마저도 믿지 못하게 만들며, 그것에 집착하게 만들고,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힘인것 같다.. 조선의 왕이라하면 그래도 한나라의 왕으로 조선이란 나라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권력에 의해 3명 중 1명꼴로 독살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질정도로 급사를 한 경우도 많았다.  

이번 개정판이 나오기전에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청나라의 신임을 받는 소현세자가 자신의 왕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 아버지 인조가 아들을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표독스런 왕후로 기억되는 문정왕후가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인종을 독살했을 것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인조반정을 일으킨 것에 타당성을 만들기 위해 광해군이 선조를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한 나라의 최고권력을 지닌 왕도, 다수의 신하에 의해 폐위될 수도 있으며 한 아들의 아버지여도 권력을 앞에두곤 인정사정없어진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었다. 그리고 왕으로서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했던 사람이 단 한명, 연산군이라는 사실에 어쩐지 씁쓸함을 느끼기조차 했었다.,. 희대의 폭군이라 불리우는 연산군을 빼곤, 조선의 모든 왕이 최고의 권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마음대로 뭐 하나 할 수 없던 현실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판을 보니 연산군도 왕의 자리에선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했을지는 모르지만, 반정으로 인해 폐위가 된 후엔 독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읽게되었다. 폭군이긴 했어도, 반정으로 왕위를 빼앗기긴 했어도 그만은 천수를 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정직전까지 연산군에 총애를 받았음에도, 반정을 일으키고 모든 잘못을 연산군에 뒤집어씌운 공신들과 폐위 후 천수를 누린 것이 아닌 그런 공신들에 의해 독살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연산군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한켠이 쓸쓸해진다..  

그리고 이번 책에 새로 추가된 문종과 단종의 독살같은 경우, 문종의 독살의문같은 경우는 워낙 다른 책에서 문종이 병약했으며, 종기에 의해 항상 고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읽었기때문에, 그리고 단종의 경우 삼촌인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불운한 왕이라는 인식이 강했기때문에 딱히 독살사건이라는 생각보단 세조의 치밀함을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자신의 형이 왕위에 있을 때부터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던 모습, 그리고 조선의 왕들중 존재감이 너무나도 희박하다고 느껴졌단 세조의 아들 예종이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놀라게 되는 이야기였다. 짧은 재위기간으로 인해 남이 옥사사건을 제외하곤 별다른 사건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기억되던 왕이, 권력을 휘어잡아 신하들을 철저히 다스리려다 오히려 독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역사를 만난 듯한 재미를 느끼게되던 부분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이덕일선생님의 조선왕독살사건을 읽다보니 얼마전 박시백선생님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든다. 그때는 광해군이 지나친 공사로 인해 민심을 잃게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믿도끝도없이 광해군을 옹호하던 의견이 조금은 바뀌었었는데.. 다시 이 책을 읽으니 광해군을 옹호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고.. 정말 역사는 역사가의 사관에 의해 읽는 것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매번 다른 입장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것이 가장 진실과 근접한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워낙 이덕일선생님의 책을 인상깊게 읽어서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진않지만.. 그래도 다른 역사가의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니 말이다.. 그냥 한 명의 왕에 대해 다수의 입장을 가진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한권에 몰아서 출판하면, 역사가의 이야기에 따라 흔들리지 않은 채 다양한 의견을 접할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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