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떤 해안선도 움직이는 땅에 생긴 일시적인 선일 뿐"이란 말은 옳았다. 아마 워즈워스는 어느 날 자신이 바라보는 호수와 강물이 캄브리아기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걸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보다 영원한 것을 봤다는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자기가 본 것을 먼훗날 인류도 볼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국 시간의 흐름을 가슴으로 고요히 받아들였을 것이다.-37쪽
둔황의 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볼 때 사막이 여성의 에로틱한 엉덩이처럼 부드럽게 보였을 때, 투루판의 모래 바람이 거리의 포도나무를 노랗게 때려대 포도가 모래자국으로 곰보처럼 되었을 때, 바둑판의 나뭇결에서 어느 해 유충이 뚫었던 구명을 발견했을 때, 아스팔트 위에 찍힌 장난꾸러기의 발자국 위로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봤을 때..... 그럴 때 세상은 사연으로 이뤄진 시이며 상형문자이다.-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