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책 뒤표지에 실린 말인 "조선의 왕비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모두 쥔 최고의 여성, 조선의 신데렐라였다." 에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왕비가 물질적으로 풍요를 느끼긴 했지만 일부 왕비의 경우에만 권력을 쥘 수 있었고, 몇몇 왕비를 제외하곤 명문가의 자녀로 왕비로 간택되었으니 신데렐라라기보단 정략결혼이 더 맞지 않을까?  

그리고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구박을 당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 그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삶을 산 것과는 달리 만약 조선의 왕비들이 왕비가 되지않았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들의 삶은 바람앞의 등불이었고,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만 했으며, 신데렐라의 왕자님처럼 왕들이 그녀들을 언제나 사랑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7명의 왕비들 역시 그러했다. 향처인 한씨가 죽은 뒤 이성계가 왕이 되어, 경처에서 왕비의 자리로 오른 신덕왕후 강씨의 경우 인생역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남편의 사랑도 듬뿍받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훗날 왕이 될 수있도록 세자의 자리에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사새옹지마라고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행복을 누렸다면, 그녀는 죽은 뒤 온갖 수모를 당했다. 자신의 아들인 방번과 방석은 왕자의 난으로 목숨을 잃고, 자신의 능 또한 도성밖으로 옮겨졌으며 신주 또한 종묘에 올리지 못한, 왕비의 자리에 있었지만 태종에 의해 후궁으로 기록되어 오랫동안 잊혀져야만 했다. 

그리고 두번의 왕자의 난을 통해 겨우 왕이 된 태종의 부인이었던 원경왕후 민씨 역시 남편이 왕이 됨으로써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잃은 채 왕비의 자리에서 폐위될 뻔도 했었다(이 사실은 처음 알았다.. 태종이 점점 원경왕후 민씨를 좋아하지 않게되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위도 시킬뻔했었다니!! 그래도 자신을 도와 여러모로 노력한 조강지처이자 자신의 참모이고 협력자인데.. 조금 너무했다..). 거기다 자신의 오빠와 동생들이 태종에 의해 목숨을 잃는 수모까지 겪었으니.. 왕비의 자리에 앉아있다하지만 그로 인한 행복보단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은 고통에 더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남편을 일찍 잃고, 자신의 며느리를 내쫓았으며, 결국엔 손자에 의해 큰 봉변을 당하고 죽은 인수대비나 어린 나이 나이많은 임금에게 시집을 와 왕비의 자리에 올랐으나 세자에게 믿음을 주지않던 선조와 적자인 자신의 아들 영창대군에 의해 폐위되기도 하고, 아들도 잃은 인목왕후 김씨, 자신의 가문에 의해 남편이 세자의 자리에서 뒤주안에서 죽는 비참한 몰락을 보았던 혜경궁 홍씨와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정치적인 대립을 하며 권력을 잡았지만 일본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명성황후 민씨의 모습까지 그녀들은 신데렐라가 아닌 왕비가 됨으로써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했던 여인들이었다.  

만약 그녀들이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느지막히 태어난 이쁜 고명딸로, 명석한 두뇌를 지녀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만드는 그런 영특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한 딸이며 손녀로 이쁨을 받으며 살다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긴.. 조선시대엔 역모누명에 의해 사사당한 사람도 많고 정치적 싸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도 많으니 어쩌면 집안이 몰락했을 수도, 혹은 남편의 수많은 첩들에 의해 고통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왕비의 자리에 있는동안의 고통보다는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에 읽은 <조선왕비독살사건>과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란 책을 읽을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조선시대의 왕비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권력욕에 의해 한때는 왕비로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다가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밖에 없던 존재이고, 조선시대에 있어 여성의 지위론 가장 높은 직위인 왕비일지라도 결국엔 여자로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었다.  

덧) 이 책을 받자마자 든 느낌이지만 정말로 누구인지 책 디자인한번 잘했다 싶다.. 겉은 한지느낌이 드는 표지이다 보니 역사서의 느낌과 잘어울리지만(물론!! 코팅표지에 비해 책모서리가 쉽게 닳고, 때도 쉽게 묻는 단점이 있지만..), 왜 하필이면 페이지모서리(이걸 뭐라 불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오른쪽페이지엔 오른쪽, 왼쪽 페이지엔 왼쪽에 색깔을 넣은 건데.. )마다 자주색을 물들여놓았는지.. 그리고 그 자주색이란게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마젠타"색상이라 눈이 아프다. 그나마 페이지모서리마다 있는 것은 양호하다.. 장을 구별할 때마다 전체 페이지를 물들인 마젠타색에 정말이지 토나올뻔 했다. 그리고 다른 문집에 씌여있는 내용을 인용할 때도 마젠타색의 글씨를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책읽는 사람은 생각도 하지않고, 아무 색깔이나 사용한 느낌이다.. 조금만 연한 색을 사용하고, 페이지모서리에 색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태종을 강씨의 하수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무리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태종과 강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몽주를 죽이자고 의논했다고 하는 부분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모습이기에 재미있었다. 이제까지 정몽주를 죽인 것은 이방원이 독자적으로 꾸민일로 보았기때문에 계모와 아들이 협력했다는 관점은 새로울 수밖에.. 근데 "하수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눈에 거슬린다. 하수인이란 "남의 밑에서 졸개 노릇을 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그럼 이방원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강씨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인데.. 아무리봐도 강씨와 태종은 손을 잡은 것일 뿐 누가 누구의 위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하수인이라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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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2010-01-04 19:2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읍니다.

앞으로 협력하여 미력이나마 일조를 다해보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