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비야언니가 추천했던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단순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근데 왠걸? 이 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중고책을 사려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도서주문서와 청구서를 모아놓은 책일 뿐이었다.  

다만 지금처럼 운송장이나 주문목록처럼 컴퓨터에서 뽑아낸 책제목과 가격외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주문서가 아닌, 얼른 책을 구해주지 않는다고 투정도 부리고, 좋은 책을 보내주었다고 감사의 말도 전하며, 상황이 안좋은 런던으로 크리스마스에 부활절에 마음을 듬뿍 담은 소포를 보내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주문서이고 청구서였고, 같은 나라내에서도 아닌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서나 갈 수 있는, 결국엔 20년이란 세월동안 헬렌 한프는 직접 방문하지 못했던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20년동안 오간 편지들이었다.   

지금이야 클릭 몇번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새 책을 살 수 있고, 중고책도 인터넷으로 들어와 읽고 싶은 책을 쉽게 구할 수 있을만큼 편해지고 좋아진 세상이지만 헬렌처럼 편지로 주문을 할 일도 없고, 그래서 어렵게 얻은 책을 바라보는 간절함이나 헌책방주인과의 친분도 없어져 조금은 슬픈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날로그적으로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은 후, 돈을 편지속에 넣어보내는 모습이 불편도 해보이고, 위험도 해보이지만 그런 만큼 정도 돈독해진 것은 아닐까? 

자신을 대신해 런던, 채링크로스가를 지나는 사람에게 대신 입맞춤을 보내달라던 헬렌 한프처럼 나에게도 그런 애틋한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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