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을 읽으며, 사마천의 <사기>나 허구맹랑한 <일본사기>는 믿으면서,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진실되지 못하다며 인정하지 않는, 결국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도움만 주고 있는 꼴인 식민사관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역사가에 의해 엉망이 된 한국사를 보며 분통이 터졌다.. 

그런 상황에서 <사기교양강의>는 정말이지 읽고 싶지 않은 책 중의 하나가 되버렸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며,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딴 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왕 사놓은 책이기도 하고, 역사이면서 소설같아 재미있다고도 하고, 또 <사기>라는 역사서가 잘못된게 아닌 우리나라의 역사학자들의 문제이니 그냥 한번쯤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옮긴이도 중국의 동북아공정과 티베트사건에 의해 안좋은 인식을 우려한 듯, 중국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첫머리에서 언급하고 있었다.. 수많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통일되고, 조선족이 우리나라로 편입되면 그것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소수민족이 독립을 한다고 나서게되어 "중국"자체가 와해될까 두려워 고구려의 역사를 한나라의 변방으로 왜곡하는 정치적 사건이라는 말은 중국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해가능한 이야기다.. 현재의 영토와 인구에서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독립을 해버린다면 중국이 정말로 와해될 수도 있으니 정치적 입장에선 어떻게든 역사를 위조해서라도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고 싶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첫 이야기인 진시황제편에서부터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한자오치가 자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에서 빈정이 상한 것은 아니다. 단지, 단 한 장의 지도를 아무런 생각없이 올린 출판사와 옮긴이에게 기분이 나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만리장성을 한반도 내까지 연장해서 그린 31페이지의 지도와 36페이지 북한 평양시 청천강입구까지 만리장성을 축조하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303페이지의 지도였다..  

분명 축조방식이 달라, 한반도 내에 있는 성과 만리장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위해 한반도, 그것도 북한 평양시 청천강입구까지 연장해서 만리장성을 그려놓은 내용은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인의 입장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의 학자가 한국에서의 출판을 위해 번역한만큼, 만리장성이 연장된 지도나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할 지라도 역자의 주석을 달아서라도 시정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해선 친히 변명까지 해주시면서, 정작 잘못된 지도에 대해서는 그냥 원서 내용 그대로를 사실인마냥 언급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싶다..(물론 자그만한 꼬투리를 잡고, 책 전체의 내용을 보기보단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바로 엊그제 한국사의 왜곡된 모습을 보고나니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를 빼곤 <사기교양강의>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만리장성을 쌓았고, 분서갱유를 통해 책을 모두 태워버렸으며,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를 시작으로, 어릴 적 초한지를 통해 알게 되었던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사마천과 한무제의 이야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6명의 인물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다.  

솔직히 조선사를 제외한 고려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학교를 다니며 배웠던 얄팍한 지식외엔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니 진시황제를 도와 진나라를 건국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계략가 이사나 유방의 아내로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던 여후, 유방을 도와 한나라의 건국에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죄도 없이 처형되었던 한신과 미리 그런 음모를 짐작하고 몸을 사려 살아난 장량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낯선 세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역사서라고는 해도 딱딱하게 실제 일어났던 사건만을 언급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로 치면 "야사"에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를 같이 언급함으로써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면, 두영과 관부를 살해한 전분이 괴질에 걸려 시도때도 없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때, 무당이 무고하게 죽은 두영과 관부의 귀신이 전분을 몽둥이로 매질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역사는 솔직히 사실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역사지만, 전분의 잘못에 대해 사마천이 감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저자가 설명하고 있었다. 권력을 위해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모함에 빠트리고, 어디에서 누구와 전쟁을 벌이냐라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그런 역사의 이면에 실제 그가 죄를 지었는지 아니면 무고한지, 혹은 사마천이 언급하는 인물이 어떠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사마천의 필력에 의해 그 인물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인물별로 역사를 언급하고 있기에,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유방과 항우, 그리고 유방과 한신, 유방과 여후 등등 모두 서로 연관있는 인물이다 보니 같은 사건을 같이 겪은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설명에서 같은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차이는 누구의 측면에서 역사를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기에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일관되게 노론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 아닌 소론이나 남인, 북인이 쓴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도록, 그리고 사관에 의한 기록만이 아닌 야사를 통해 전해오는 이야기들도 모두 한 권의 실록을 남겼더라면 조금은 재미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어쨋든.. 재미있게 책을 통독을 했다. 한자오치의 강의에 의해 인물간의 관계나 큼지막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충 맥을 잡았지만, 아직은 사마천의 뜻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정독을 하기엔 부족한 실력이다. 오죽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유비와 조조를 보며 "혹시 삼국지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다 유비가 자살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책을 읽다말고 삼국지연의니 삼국지니 찾으면서도 시대적인 구분을 하지 못하니.. 정말 이 책을 도입서로 삼아 사기와 삼국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어떻게 이어져있는지를 연관지어가며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서를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