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한 양심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18/2009091801474.html)

부끄러운 도서관 책 훼손 실태
밑줄·형광펜은 예사 맘에 안 든다고 찢고 맘에 든다고 오려가고…
"무인반납기 도입 등 영향빌린 책, 제 책인양 다뤄 대부분 발뺌해 못 잡아"

망치, 펜치, 총 모양 접착제(글루건)….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양천도서관 책누리실 한쪽엔 목공소에서나 볼 법한 '공구 세트'가 놓여 있었다. 파손된 책을 수리하는 데 쓰이는 도구들이다.

이 도서관 장한주 사서가 갈가리 찢어진 월간지 한권을 들고 왔다. 장 사서는 "누군가 이 책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드는지 매달 이 모양으로 찢어놓는다"고 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서 경력 20년의 그는 대형 스테이플러로 잡지 가장자리를 집은 뒤 뒤쪽으로 튀어나온 철침을 망치로 쿵쿵 두드리고 그 위에 테이프를 붙여 수선을 마무리했다.

다른 한쪽에도 장 사서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5~6권 쌓여 있었다. '증상'은 가지각색이다. 로마 역사를 다룬 어린이 만화책은 표지와 속지 모두 여러 번 칼질을 당해 너덜너덜해졌다. '월스트리트의 주식투자 바이블'은 누군가 열심히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고, '차트로 배우는 주식투자 백전불패'는 분홍색 형광펜으로 색칠돼 있다. '러브서바이벌'이란 연애소설은 알맹이는 온데간데없고 표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누가 이런 책을 읽고 싶어할까. 이용자들이 험하게 다뤄 표 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훼손된 서울 시립 정독도서관의 책.
파손 도서가 늘어나는 것은 도서관에 무인(無人)반납기가 도입됐고, 도서관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도서관에서 파손된 책을 수리한 사례는 2007년 6562권, 2008년 8517권, 올해(9월 14일까지)는 7490권에 달했다. 작년엔 하루 평균 26권씩, 올해 32권씩 보수한 셈이다.

이 도서관뿐 아니다. 각 공공 도서관마다 이용자들이 책에 밑줄을 긋거나 오리는 등 책을 훼손하는 경우가 연간 수백~수천건씩 발생한다. 수험서나 아동 도서 훼손이 특히 심하다. 인천 중앙도서관 정정섭 사서는 "보통 매일 10권 정도를 보수하고 있다"며 "올해 장서 점검 결과 파손 등으로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한 책이 3000여권쯤 된다"고 했다.





누군가 볼펜으로 줄을 그은 책(위)과 페이지 일부를 찢어버린 책. 서울 정독도서관./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훼손자 색출은 거의 불가능

피해는 다른 이용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경기도립·김포시립 도서관에서 자주 자녀들의 책을 빌린다는 학부모 박태조(43)씨는 "뭘 먹으면서 읽었는지 커피나 음식물이 묻은 책을 보면 기분이 불쾌해진다"며 "내용이 좋아도 지저분하면 애들이 읽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인희(24)씨는 "어학이나 수험서는 아예 자기 책처럼 표시를 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요한 부분만 오려가거나 찢어가 버려 정작 내가 필요했던 정보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서 훼손 행위는 예방이나 제재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책을 훼손하면 동일한 책이나 현금으로 변상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이 부인하면 증명이 쉽지 않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도서관은 영양학 개론서에 낙서가 심하게 된 것을 발견하고 직전에 대출했던 학생과 승강이를 벌였지만,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결국 변상받기를 포기했다.

시민들은 도서 반납 때 사서들이 일일이 책 상태를 확인하고 책에 겉표지를 씌워 수명을 늘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빠듯한 도서관 예산과 인력으로 책 표지를 입히는 것은 쉽지 않고, 무인반납기를 통해 반납되는 책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일부 신간에 표지를 씌우고 있는 울산 북구 중앙도서관은 "책 한권을 포장하는 데 10여분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 도서관 신지윤 사서는 "그나마 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도서관 사서가 찢어진 책을 스테이플러로 찍은 뒤 뒤쪽에 튀어나온 철심을 망치로 두드려 보수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책 소중히 하는 법 가르쳐야"

취재에 응한 각 도서관 사서들은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것이다. 7년간 울산 지역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책사랑 자원봉사회' 최향이 회장은 "손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거나 가장자리를 접는 등 사소한 행위에도 책은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도서관 책을 '공공(公共)의 재산'으로 여기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승 경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는 "미국 등 선진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 중에 공공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서 도서관 자료에 대한 소중함을 터득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여년간 거주한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정진수 교수는 "미국 공공 도서관에서 낙서를 한 책은 거의 본 일이 없다.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어린이 팝업북(pop-up book:그림이 튀어나오는 책)도 대부분 깨끗했다"고 말했다.
 
   

 며칠전 기사를 읽으며 정말 도서관 책 좀 깨끗이 읽는 사람이 늘었으면하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전 알라딘이벤트에서 당첨된 팝업북을 기증하러 갔을 때 도서관사서님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팝업북이 이쁜데, 별도보관을 해야돼요. 안그러면 1주일도 안지나 다 찢어지거든요(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지는 이거였다..)" 였다. 그때에는 팝업북이란 것이 원래 종이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니만큼 여러번 손이 갈 수록 쉽게 찢어질 수도 있고, 아이들의 부주의로 인해 훼손될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만을 했다. 다만 너무 이쁜 책이라, 많은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한 것인데 별도보관이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만을 할 수 밖에.. 근데 이 기사 속의 인터뷰를 보면 미국에서는 팝업북도 깨끗하고, 도서관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책보는 문화가 바뀌긴 해야할텐데 싶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는 토익책이나 토플책, 혹은 자격증 관련 책은 문제마다 답이 달려있는 것은 기본이고 , 밑줄에 채점까지 되어있어 결국엔 새 책을 사고만다. 문제집이란 것이 문제를 풀려는 것이니, 답이 그것도 볼펜으로 체크되어있다면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겐 문제집으로의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연필이면 지워보는 시늉이라도 하지, 왜들 그렇게 볼펜으로 찍찍 그어놓았는지.. 그리고 학습서가 아닌 일반 책에는 왜 그렇게 밑줄을 그어놓을까 싶다..물론 자기 책인 경우, 자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고, 읽는 동안 책 모서리를 접어놓는 것도 이해한다.. 자기책에 밑줄긋는다는데 누가뭐라겠어.. 하지만 도서관 책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재산이다.. 그런 책에 밑줄은 긋는 다는 것은 자기만을 생각한 이기주의적인 행동은 아닐까?  

내가 다니는 마포서강도서관에도 책꽂이에 꽂혀있지않고, 한 귀퉁이에 쌓아놓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 위에 붙어있는 글이 누군가가 훼손(찢어진 것은 물론이고 밑줄그은 책도!!)한 책으로  수리하기전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기보기 편하자고 밑줄그은 것이 다른 사람의 대출도 방해하고, 안그래도 부족한 도서관인력들이 책을 수리하는 데에 매달려야 하니 너무나도 민폐가 아닐 수가 없다.  

그나마 양호한 습관이지만 책갈피를 이용하지않고 책모서리를 접는 것 역시 별로 좋지 못한 습관이다. 책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다보면 그 부분이 약해질 것이고, 언젠가는 찢어질테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보며 음식을 먹는 행위는 더더욱이 용서할 수가 없다. 물론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나 초콜렛을 먹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지만.. 그러다 흘리면... 난감하다.. 커피에 젖은 책장은 후줄근해지고, 커피색에 그 부분만 노랗게 변색되며, 흘린 과자부스러기나 초콜렛조각은 잘 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제본되어있는 쪽에 끼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을 다음 사람이 본다면.. 너무 더럽다고 여기지 않을까? 

나 역시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다 보며 과자부스러기, 커피자국, 책 모서리가 접힌 책, 너무 쫙 펴서 읽다 책장이 떨어지는 책 등 다양하게 손상된 책을 만났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압권은, 책 사이에 앉은 벌레를 책장으로 죽여 벌레가 붙어있던 책이었다.. 어쩜.. 책으로 벌레를 죽여 표지에 벌레자국이 뭍어있어도 찝찝한 마당에, 어떻게 책 중간에 앉은 벌레를 책을 덮어 죽일 수가 있는지.. 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꼭 한번 찾아가서 니 책에도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안그래도 책값이 너무나도 비싸진 요즘, 다양한 책을 읽는 재미를 누리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일텐데 그 재미를 자신만을 생각하는 행태로 망가뜨리지않았으면 좋겠다..  

공공도서관의 책을 읽을 때에는 책모서리를 접기보다는 항상 책갈피를 이용하도록 하고, 되도록이면 책을 읽을 때엔 음료나 과자같은 것을 먹지 않도록 하며, 자신의 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조심해서 다뤄 비에 젖거나 어디 다른 곳에 걸려 책장이 찢어지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해서, 책을 읽도록 도서관에서 교육도 하고, 서점에서 주는 것 같은 공짜 책갈피를 보급하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의 책들도 선진국 도서관처럼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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