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가보면 서점과는 다른 느낌이 너무나도 즐겁다.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냄새도 새 책과는 다른 냄새이고,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니 하는 구분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서점과는 다르게 큼지막한 분류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어 쉽게 맘에 드는 책을 찾기 어렵다보니 그 속에서 책 한권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물찾기를 하듯 헌책방에 놀러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만큼 실망도 크다.  

한 때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이야기를 듣고, 광화문과 이대에 있는 가게를 찾아간적이 있었다. 광화문점은 이사를 갔지만 그 당시 내가 갔던 광화문점은 술집위에 있어 올라가는 내내 오래된 술냄새를 맡아야 했기에 우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헌책들은 너무나도 오래된 책들이었다. 나는 헌책방이라하면 그렇게 오래된 도서들과 함께 눈길을 끄는 책들이 어우러져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오래된 책들만이 있어 얻은 것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이대점의 경우 너무 골목에 숨어있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하고, 좁고, 역시 오래된 책밖에 없는.. 그래도 그곳에선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대안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조금은 엷은 맛이지만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커피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목적이 책이었던 만큼 그 이후에는 가지 않게 되는 곳이었다.. 

그런면에서 신간도 살 수 있고, 배송비의 경우 새책과 살경우 무료인 알라딘 중고샵이나 조금 느리지만 상태가 양호한 책이 많은 판매자중고샵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번쯤 시도해보자 싶었었다..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만큼 위험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겠거니 싶어서.. 하지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나라면 최상으로 등급매기지 않았을 것 같은 책들이 최상등급이라니!! 알라딘중고샵에서 산 책은 누군가에게 빌려줬다 받지못한 이빨빠진 셜록홈즈 중의 한권이었는데.. 원래 황금가지의 셜록홈즈책이 제본이 약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책을 펼쳐보는 순간 뜯어진 책장이 떨어질줄이야(그래서 받은 다음날 바로 반품해버리고 결국 새책을 샀다..).. 그리고 개인판매자가 파신 물건은 나름 양호하였지만 책등이 반으로 꺾여 있었다.. 책을 아껴보는 습성에 의해 내 책은 그런 책이 없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최상급으로 올려놓고 판 책들은 읽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너무 흥미위주의 책이라 더 이상 읽지않을 것같은 마음에 마음아파하며 팔았던 책이었고, 구매하신분들이 책 상태에 만족할만큼 띠지도 그대로 있는 그런 책들이었는데.. 너무나도 기대한 나머지 실망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 후론 중고샵을 힐끗거리면서도 절대 팔기만 할 뿐 사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얼마전 신촌에 BOOKOFF가 생겼다.. 일본 체인점의 헌책방으로 밝은 분위기에 신촌대로 한복판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고, 헌책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게였다.. 물론 아쉬운 점은.. 일본체인이다 보니 2/3정도가 일본서적이다.. 그리고 1/3있는 한국 서적 중에 1/2이상이 만화책이고.. 그러다 보니 맘에 드는 한국서적을 찾기란 정말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베스트셀러중의 베스트셀러였던 해리포터나 다빈치 코드 같은 경우에는 정말인지 쌓여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책들이 새책보단 저렴한 가격에 빠진 번호없이 깔끔하게 늘여놓여져 있다. 

그곳을 구경하던 중 딱 한 권 득템할 수가 있었다..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해피해피 스마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렬한 팬으로, 그녀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단 한권 갖고있지않은게 바로 이 책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얇은 책이 15,000원이라는 게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도무지 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출간 후 1주일 뒤였나 아무튼 바로 빌려읽기 했지만, 사려는 마음은 쉽게 들지않았다.. 에세이집이라는 점도, 너무 어이없는 가격이라는 점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을 뛰어넘지 못한 채 그저 보관리스트에 담아놓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 책이 BOOK OFF에 있었다.. 8,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접어본 흔적도 없고(스나크사냥도 5,500원에 팔고있어 바구니에 담았다, 책장을 훑어보니 모서리를 접어가며 읽었던 책이라 그냥 제자리에 다시 꽂아놓고 왔다..), 책 케이스도, 표지도 깔끔한 상태로 말이다.. 단 한가지 새책과 다른 점은.. 원래 주인분이 자르셨는지 책끈이 짧아져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을 때 기억으론, 책은 손바닥만한데 쓸데없이 책끈이 길어서 책을 한바퀴 감쌀 수 있었던 정도의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하지만 원래 상태의 책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는 애교이지 않을까? 그것도 좋은 쪽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암튼 여전히 적립금과 할인액을 합쳐도 12,000원인 이 책을 8,000원에 샀으니 너무나도 뿌듯할 뿐이다.. 정말 중고책방에가서 책을 산 것은 이 책이 처음이고, 상태도 너무 만족스럽고, 갖고는 싶어했던 책이니 말이다^^ 


이게 오늘 득템한 책이다.. 이정도면 정말 만족스러운 상태의 책이라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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