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비록 만화이긴 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활약하는 김전일의 사건해결집의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반면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활약하는 이야기들은 어째 흐릿하게 기억될 뿐이다. 이전에 읽은 이누가미 일족이나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모두 줄거리를 살짝 읽으면 "아..그랬었지.."라는 정도로 기억이 나긴하지만 별다른 인상이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 풍의 추리소설에 물이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DNA검사도 안되고 그래서인가 싶다가도 여전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나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읽으며 두근거림을 느끼고, 에르퀼 푸아로와 셜록홈즈에 점점 반해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글과는 조금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다음에 일어날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말투들이 거슬렸다. 풍신과 뇌신에 대해 긴다이치 쿄스케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건에 있어 주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굳이 164페이지에서처럼 언급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홈즈나 푸아로처럼 왓슨과 헤이스팅스에게 이게 무슨 의미일 것같냐고 슬쩍 물어보고 말것이지.. 왜 이리 노골적으로 언급을 했는지..  

   
  하지만 그 풍신은 한참 지날 때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 p.164  
   

그리고 난 하나도 무섭지도 않고, 기괴한 분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겠는데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호들갑스럽다. 아버지가 자살을 하였지만, 자신이 확인한 시체가 아버지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긴다이치 쿄스케를 찾아온만큼 갑자기 아버지의 유작이 된 음악소리가 들릴때 가족들이 놀라는 것이나 어딘선가 들리는 사람소리에 흠칫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가족은 너무나도 흠칫흠칫 잘 놀란다. 어머니의 모습에 놀라고, 작은 아버지의 등장에 놀라고..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등에 있는 반점의 문양을 보고 사건이 벌어지기전부터 악마의 문장이라고 하는 것도 약간은 억지스럽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정말 재미없게 읽어서 별 것 아닌 것에 꼬투리를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다른 분들은 극찬이시던데, 그것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도대체 언제 이야기가 끝나나 생각하며 책을 읽었으니.. 물론 이 사건의 원인이 된 혈연관계에 대해 알고나니 정말인지 악마가 따로 없다고도 생각은 했고, 천은당살인사건을 보며 인간의 끔찍함에 대해서도 생각은 했지만 그것과 재미는 별개였다. 차라리 근처에 이질이 발생했으니 은행안을 소독하고, 예방약을 먹으라는 의문의 남자에 의해 16명이 독약을 예방약으로 알고 마시고 그 중 12명이 사망했던 "제국은행 사건"을 빗댄 "천은당살인사건"을 좀 더 극화했더라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같다는 생각이다. 초반부에 언급되는 천은당 살인사건을 보며, 그 담대함에, 그리고 잔인함에 놀랐던 만큼, 실제 일었나고, 사건 자체는 너무나도 끔찍하지만 범인이 밝혀지지않은 사건들.. 한 예로 현금수송차량에 경찰이 다가와 자동차 밑에 연기가 난다며 차에서 내리게 한 뒤 그 차를 끌고 도망간 사건 같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천재적인 범죄자를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너무나도 듬직하지 못하다... 원래 긴다이치 코스케는 차림새에 의해 알지 못하는 경찰들이나 의뢰인에게 신뢰를 주지못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의 손자 김전일도 덤벙대고, 공부에는 흥미가 없으며 약간은 멍청해보여 역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스타일이지만 김전일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그의 능청스런 행동과는 상관없이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그에게 신뢰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는 처음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신뢰를 했고, 그의 행동거지를 보며 역시 김전일의 할아버지라고 생각할만큼 믿었으나 어쩐지 그가 등장하는 작품을 읽을수록 그에대한 신뢰감이 사라져만 가고있다..

원래 탐정이란 범죄자가 벌인 사건을 뒷수습하듯 쫓아가는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얽힌 원인만을 열심히 쫓아갈 뿐이다. 만약 그가 남들에 비해 알았던 사실을 조금이라도 미리 경찰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면..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은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않았을까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서인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에르퀼 푸아로나 홈즈처럼 잘난 척을 해서 미움을 사던지, 미스 마플양처럼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행적에 관심을 보이고 수다를 떨어 미움을 샀더라면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이 아닌만큼 융통성있게 사람들을 보호하는 모습에 신뢰감을 보였을텐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않으니 그가 사건해결방식을 바꾸지 않는한 아무래도 그를 다시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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