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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개국에 있어 큰 공을 세웠음에도, 자신의 형을 제치고, 가장 어린 이복동생이 세자가 되자 자신의 야심을 위해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결국 왕이 되었던 것처럼 수양대군도 너무나 왕이 되고 싶어하던 왕자였다. 형제간의 권력다툼의 중앙에 있던 태종이었기에 왕자들에게 왕실업무를 맡기지 않음으로써 세자의 지위를 탄탄하게 해주었던 반면, 세종은 형제들간에 그런 권력다툼이 없었기에 자신의 아들들에게 여러 일을 맡기고, 자신의 든든한 편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것이 단종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불운한 일이었다. 권력이란 한 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그런 것이기에, 세조는 현재의 위치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왕의 아들로써 유유자적하게,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 것보다 한 나라를 다스리고 싶어했기에 그는 또 다시 조선에 피바람을 몰고왔다..
만약 문종이 한 십년만 더 살았더라면, 성년이 되어 왕위를 물려받았을테니 든든한 삼촌들 덕을 보았겠지만.. 고작 열두살의 나이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두 여읜 상태에서 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미 세종을 도와 왕실업무를 도왔던 삼촌들은 위험한 존재들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정승들을 안심시키고, 왕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행동하다 단종을 도와주던 신하들을 어느새 하나둘 처형하고,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음에도 계속해서 단종의 측근들을 죽였기에 결국 단종은 왕위를 내놓고야 말았다. 아니 상왕으로 물러나 단종은 그저 편안히 살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세조를 인정하지 않던 신하들에 의해 오히려 목숨까지 잃고야 말았다.
한 나라의 왕으로 지내다, 삼촌에 의해 왕위를 빼았겼지만, 상왕이란 자리에서 천수를 누렸을 수도 있었을텐데, 오늘날 사육신으로 그 절개를 높이 인정받는 신하들에 의해 단종은 짧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명분도 좋고, 절개도 좋지만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만큼 수긍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가져오지않았을테고, 유응부의 말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성공했더라면 단종은 불운한 왕이 되지않았을텐데.. 너무나도 아쉬울 뿐이다..
그런 아쉬운 역사 속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지던 인물은 신숙주였다. 단종에게 충성을 다했던 사육신과는 달리 세조의 오른팔이 되어 단종을 배신했고, 그 변절을 비꼬며 쉽게 상하는 녹두나물에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던만큼 자신의 재능보다 더 높은 직위를 넘본 간신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현전의학사로, 학식, 업무, 정치감이 모두 출중했으며 전쟁에 나가서도 큰 활약을 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사육신과는 대조되는 신숙주의 변절만을 강조해, 실제 그의 능력이나 업적이 가려져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 시절, 수양대군의 위세가 대단했으니 승률이 높은 수양대군을 선택한 것만을 보더라도 정치감은 매우 출중했던 인물인데.. 어느 한면만이 부각되어 좋은 점이 교묘히 가려진 것을 보면, 같은 역사일지라도 정말 쓰는 사람의 사관에 의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우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