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만화책을 죽어도 사주시지 않던 부모님이 처음으로 사주신 만화책이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역사"였다. 지금은 그리스 로마신화도 삼국지도 다양한 출판사에서 만화책으로 나오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단연 으뜸은 "한국의 역사"였다. 유일하게 그림으로 된 책이다 보니 매일밤 자기전 한두번씩 읽고, 초등학교때 학급문고에 책을 제출하라고 해서 1~2권을 냈다가 누군가 훔쳐가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고, 중학교 국사시간 거란족이 선물한 동물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거침없이 "낙타"라고 대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책이었다.. 그렇게 한국의 역사를 만화로 쉽게 접했기때문인지, 국사시간 죽어라 외우게 시키는 역사이야기는 기억도 나지않으면서 만화책에서 읽은 공민왕이 노국공주를 생각하며 울던 장면은 여전히 기억에 남으니 어릴 적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어른이 된 요즘.,. 여전히 역사서를 읽고는 있다. 

딱딱한 역사보다는 "조선왕독살사건"과 같이 학교에서 배우지않았던 왕들의 죽음에 대해, <사도세자의 고백>과 같이 소설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이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연애사건>과 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과 쉬운 역사를 주로 읽고 있다.. 중고등학교 그렇게도 달달외던 연도와 기관의 명칭에서 벗어나 조금은 재미있는 역사에 대해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무시해왔던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다. 이 나이가 돼서 무슨 역사를 만화책으로 읽나싶었다..  

어릴적 읽은 한국의 역사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책이었으니 이 책 역시 어린이를 위한 책이거니 생각하며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시하며 다른 책을 읽을 뿐이었다..그러다 어릴 적 추억도 살릴 겸 만화로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로 된 신화이야기를 읽고 또 읽다보니 그림만 보고도 제우스인지 헤르메스인지 다 분간하고, 그들에 얽힌 이야기도 다 기억하는데 어쩜 이 책을 통해 나도 그림만 보고 누가 태종인지 태조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무리한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물론 이건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흥미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른과는 달리 모든지 암기해버리는 신통한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TV를 보면 한자신동도 있고, 공룡신동도 있고, 나라와 국기를 모두 다 외워버리는 신동도 있지만 결국 크면 다 똑같이 되는 것처럼 어릴 때의 능력인 것 같으니 말이다^^).    

1편 조선의 개국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된 "위화도회군"부터가 아닌 이성계의 고조부가 원나라의 위세가 대단하였을 때 몽고에 항복하였고, 고려의 도망자에서 원제국의 관리자가 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어떻게 고려를 버리고 몽고에 항복하는 그런 사람이 조선의 건국한 이성계의 고조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나 싶다가도 재치있게 오늘날의 기준으로 옛날 일을 평가하지 말라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그럴수도 있구나라며 수긍함과 동시에 원나라를 버리고 고려의 밀명을 받아 동북면지역을 되찾는 이야기를 보며 역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탄 일가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떻게되었든 강성했던 원시절엔 적당히 그 비위를 맞춰주며 지내다 조금 약해진 틈을 타 결국 애국을 하게되었으니 말이다..  

그 일을 바탕으로 고려에서 신임을 받기 시작한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을 시작으로 잦은 원과의 싸움에서 큰 활약을 하며, 결국엔 고려말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되었고, 서서히 피를 부르지 않는 조용한 역성혁명을 꾀하기 시작한 이성계였다.. 물론 나라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나라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반대파였던 일편단심 정몽주의 죽음을 보긴 했지만.. 조선시대 반정이 일어날 때 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사화때마다 수많은 선비들이 죽은 것과는 달리 그래도 깔끔한 역성혁명이 이룩하였다.. 이제 조선의 이야기가 시작하려 하며 1권은 끝맺음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만화로 읽는 역사서는 조금은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역사서를 읽을 때보다 쉽게, 그러면서도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틈틈이 언급되는 유머아닌 유머에 피식웃게도 되고 아무튼 어릴 적 기억도 나고, 역사도 배울 수 있고,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의 역사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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