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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3년쯤을 묵혀둔 책이다.. 한때 50주동안 50만이 본 베스트셀러이며, 이나영과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의 원작이라는 선전에 휘말려 책을 사놓곤, 영화도 책도 보지않은채 그저 가지런히 봉순이 언니 옆에 꽂아만 둘 뿐이었다.. 조금은 자극적인 일본소설을 더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작가인 공지영씨에게 도무지 정이 가지않아서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렇게 3년을 묵혀둔 책을,, 서평단 도서로 읽게된 도가니를 시작으로 한권씩 공지영작가의 책을 읽게되면서 이 책 역시 결국 꺼내들었다.. 여러번의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미수로 그친 여자와 사형수의 이야기라는 것에 조금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봐도 이 이야기는 조금은 뻔한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의 유정이에게 외삼촌이 하신 말씀처럼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이 큰 차이가 있으며, 아는 것보단 깨닫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듯 우리 역시 이미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정말 진심으로 깨달는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그런 뻔하면서도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였다..
나 역시 TV 속의 살인범과 피해자들을 보며, 단순히 사형이라는 제도로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이 되지않는다고 생각했다.. 단 한번의 죽음으로 어떻게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값이될까.. 오히려 그들이 한만큼,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들에게 가혹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계형범죄를 저지른, 너무나도 가난해 어쩔 수없이 법의 울타리를 넘어서야했던 분들에겐 오히려 너무나도 가혹하게 굴 때도 많으면서 어떻게 그런 극악무도한 살인범들에겐 한없이 자비로울 수 있는지 화도 났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죄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처벌하는게 정당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늦게 모니카수녀님과 신부님처럼 가슴이 따뜻하고,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음이 깨끗해졌던 그들을 보며 왜 그들이 정말로 다른 사람의 손길을 필요할 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는지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을 보며 손을 내밀기는 했는지 부끄러워졌다.. 윤수와 은수에게도 어릴 적 그들의 마음을 열어줄 사람이 있었더라면, 셋째올캐가 울며불며 사정하여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택시운전사가 된 소년처럼 세상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기전 나도 살인범, 강간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수많은 상처를 준 그런 범죄자들에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사형보다 더한 벌을 주자고 생각을 했지만, 윤수와 유정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무조건 그들을 처벌하고, 그들의 죄에 대해서면 추궁할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 피해자들과 자신의 죄에 용서를 빌 수 있도록,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도 오늘 하루가 정말 행복한 하루라 생각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주지않도록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느끼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