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리포트 -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다
예지숙 외 지음 / 시공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TV 속의 TV"나 과거 TV프로그램의 모습속에 등장하는 "대한 늬우스"를 떠오르게 하던 제목만큼 식민지 경성의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던 책이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대의 모습을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는 "대한 늬우스"처럼 식민지 시대 가난한 서울시민들이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땀을 삐질삐질흘리면서도 백화점을 꽉꽉 채우던 모습, 결혼상대는 뭐니뭐니해도 사라쟁이라고 이야기하는 여학생들의 모습, 지금도 그렇지만 서울에 집한칸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취업을 하기 위해 온갖 인맥을 동원하는 모습 등 일제에 의한 착취나 강제징용의 이면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행을 뒤쫓기 위해 비싼 양장옷은 못사더라도 스타킹과 화장품을 사던 여성들의 이야기, 취직을 위해 있는 빽 없는 빽 다 동원하고, 온갖 추천서를 받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한번 밥먹은 인연조차도 그런 빽에 동원하여 많은 여성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안정적인 월급쟁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 빠듯한 월급으로 "문화주택"이란 비싼 집을 갖기위해 지금보다는 간단한 방법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신의 집 한채를 마련하기 위해 아둥바둥대며 살며, 점점 비싸지는 서울 땅에서 자신의 몸을 뉘울 방한칸조차 너무나도 비싼 월세와 사글세, 전세로 구하지 못한채 여관방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하나 다를 바 없었다..  

지금의 우리도 1년치 봉급을 모아서는 절대 서울에서의 전세방하나 구할 수 없으며, 깊고 깊은 불황의 그늘 속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서 여관이 아닌 고시원과 원룸에서 생활하며 88만원의 봉급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신세라도 감지덕지로 생각하며 일을 하고, 그 88만원으론 밥값, 교통비, 월세를 제하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없으며, 그 비싼 명품을 사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명품화장품을 사고, 어느새 시중에 돌아다니는 이미테이션을 들고다니니 80년전의 경성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전차가 주된 통근수단이다보니 차장이 제일 높은 권한을 가진채 승객들을 때렸다는 이야기는 승객이 운전기사를 때리는 요즘의 모습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어쩐지 좋은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번듯한 내 집한칸을 마련하기 위해,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경성시대의 하나하나의 행동은 지금의 모습과 하나 다를바가 없다.. 그렇기에 조금은 서글프다.. 80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민은 계속해서 서민이니 말이다..  

경성시대 일본사람들이 헐값에 땅을 사들이고, 그 땅에 도로를 만들어놓으라고 떼를 쓰고, 은행융자로 중도금을 지불하면서도 10배가 넘는 차익을 남기고 한국땅을 떠났던 것처럼 오늘날의 한국은 여전히 돈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흘러나온 개발정보를 가지고 무지한 농민들이 있는 시골, 혹은 그런 계획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헐값에 땅을 사들여 이득을 챙기니 돈없는 서민들면 이래저래 고생일 뿐이며, 돈이 돈을 부르는 현실에서 부자가 되기도 쉽지않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은 씁쓸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조금은 변한 세상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여전히 같은 세상인 것이 너무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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