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의 끝이 의식의 세계, 그리고 현실이라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자신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경계는 너무나도 모호하다.. 그림자를 버린채 도시에서 살아가며 도시를 벗어날 수 없으며, 마음이 남아있는 사람은 숲에서만 살아야하는 "세계의 끝"과 지하 깊은 곳에서 사는 야미쿠로와 손잡은 기호사에 의해 위협받으며, 뇌 속에 숨겨진 작은 기기에 의해 의식만 살아남은 채 죽어야하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과연 현실과 비현실로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일까?  

어찌보면 마음을 잃은 사람들이 사람이 죽지않고, 겨울엔 수많은 동물들이 죽으며 두개골속에 갇힌 오래된 마음을 읽는 존재보단 오히려 너무나도 안락하고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곳이 "나"의 기억속에 있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현실의 세계가 아닐까싶기도 하고,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보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야미쿠로란 존재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존재이기도 하고..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두 공간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져버려 어느새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리는 이야기에 푹 빠져 정신없이 읽게 되버리는 책이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인생을 더듬어대며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이-그 계속 잃어버리는 인생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나 자신이 되는 것 말고 또 다른 길이란 없다.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버리고, 내가 아무리 사람들을 버리고, 온갖 아름다운 감정과 뛰어난 자질과 꿈이 소멸되고 제한되어 간다 하더라도, 나는 나 자신 이외의 그 무엇도 될 수는 없다. –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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