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을 때에 이 책도 같이 샀는데..어쩌다 보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만 한달이 넘도록 읽지않은 책 남겨두고 있었다.. 세계의 끝이란 이야기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는 이야기에 약간의 겁을 먹은 탓때문인지 침대맡에 두고 다른 책을 읽기를 반복하다 겨우 맘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다..  

근데 겁을 먹은 것과는 달리 두 이야기가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해변의 카프카>를 처음 읽을 때 나카무라 상의 이야기와 카프카의 이야기가 번걸아 진행될 때, 가끔씩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라곤 전혀 들지않았다. 오히려 처음엔 관련이 없는 듯 느껴지는 이야기가 4장을 넘기전에 어느 새 희미하게 연결되고 있음이 보일정도 였다.. 

이혼한 독신 남성으로 계산사의 직업을 가진 "나"가 뇌를 연구하는 박사를 만나면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그림자와 이별한 채 들어간 도시에서 동물의 두개골 속에 든 오랜 기억을 읽는 "세계의 끝"은 한 곳은 너무나도 동적인 반면 한쪽은 너무나도 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의 실험체가 되어 다른 누군가에 의해 위협을 받게되는 나와 그런 위험이 생기는 것을 예측도 하지 못한채 그저 자신의 연구를 위해 노력을 했을 뿐인 박사, 그리고 핑크가 정말 잘 어울리고 샌드위치를 잘 만드는 17살의 박사의 손녀가 기호사로 조직된 공장에 의해 겪는 위험에 의해 나는 어쩔수 없이 능동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미쿠로란 존재의 위력을 느끼면서도 박사를 찾기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알기위해 너무나도 능동적으로 상황에 맞서는 반면, "세계의 끝"은 그림자를 떼어내고 간 세상의 조용함과 그 나름대로의 편안함,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마음이 없는 자신을 도와주는 여자와 대령과의 관계에 나름 만족하며 두개골에 숨겨진 오래된 마음을 읽으며 정적인 삶을 즐길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두 이야기의 나의 모습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정적이었던 나가 어느새 그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그림자와 함께 동적으로 반해가는 반면, 동적이었던 나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남은 시간을 받아들이며 정적으로 변해가며 두 이야기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나버렸다.. 그저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며, 자신의 그림자를 떠나보내는 "나"의 모습으로 말이다.. 과연 그 이후의 "나"는 그림자를 잃고 어떻게 되었을지, 자신의 의식을 잃고 어떻게 되었을지 두 이야기가 분명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져 더 이어질 것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약간 모호하게 끝나는 느낌이었다.. 아마 나의 내공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 새로나온 하루키의 1Q84가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여 먼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얼른 <1Q84>를 읽고 다시 한번 제대로 음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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