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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 - 조선사 가장 매혹적인 여인들이 온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이몽룡과 사랑에 빠져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했던 춘향이도 어머니가 기생이어서 세습처럼 기생이 되어야 했고, 관아수령의 수청을 거부했으니 그렇게 모진 고문을 당했던 것이다.. 그런 기생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라곤 황진이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시와 춤 모든 것에 능했던 여인, 혹은 왜장을 끌어안고 물에 빠져 죽은 논개, 그리고 사대부의 첩이 되어 정처를 위협하던 기생들의 단편적인 이야기외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다. 조선시대의 역사서가 남성을 중심으로, 그것도 사대부 양반과 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니 여성이며, 천하디 천한 천민이었던 기생들의 이야기는 야사로, 혹은 양반들의 사랑싸움에 의해 언급되는 그런 부수적인 존재로만 여겼으니 그녀들에게 관심이 없다면 대부분 기생하면 춘향이와 황진이,논개정도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기에 말하는 꽃이라 불리던 꽃다운 나이의 꽃다운 외모의 기생들,. 길가에 핀 꽃 노류장화라 불리며 수많은 남자들에 의해 꺾여짐을 당연하다고 여길수 밖에 없던 것이 기생이요, 관기라는 이름으로 관아에 소속되어 재산으로만 취급되며, 화려한 옷과 높은 양반들의 사랑을 받지만 결국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팔천 중의 하나인 천민이며 금수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그녀의 자식들 또한 노비 아니면 결국 그녀와 같은 기생이 되어야만 하는 굴레에 얽매여있는 존재들로만 기억되며, 그녀들 중의 일부만이 황진이처럼 그렇게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며 살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남녀가 유별함을 강조하였던 유교사상이 조선을 지배하던 시대, 여염집 아낙이 다른 남성들과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지 못하는 시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20살이 넘으면 노기라고 불려질 정도로 12~16세의 아직은 어린 소녀들을 탐했던 양반들에 의해서만 관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을 믿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주었던 기생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반, 선비들의 사랑이란 그저 그녀들을 하룻밤 갖기위한 수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언약을 사랑이라 굳게 믿으며,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관아의 고문에도 수절을 지키던 동정춘이나 취련, 영산옥의 모습은 이 책에 실린 16명의 기생의 모습 중 수많은 기생의 삶을 대표하는 애절하다 못해 서글픈 여인네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변사또의 모진 고문속에서도 수청을 거부하고, 결국엔 장원급제한 이몽룡과 해후하여 잘살았다는 춘향이처럼 비록 부부의 연을 맺진않았으나 당대의 대학자인 이황과 깊은 사랑을 하며 서로를 그리워한 매향이나 유교적 사상에 의해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않던 이이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깊은 정신적 사랑을 했던 유지처럼 사랑을 쟁취한 기생도, 노래와 춤과 시, 그리고 외모까지 모든 것을 겸비하여 수많은 양반과 선비들이 하룻밤 그녀를 품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남자들을 쥐락펴락했던 황진이와 매창,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기생에서 후궁으로 신분이 상승한 가희아, 젊은 시적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흉년에 고통받는 제주도민을 구한 만덕, 경상우병사 최경회의 첩으로 왜적에게 지아비가 목숨을 잃은 뒤 왜장을 끓어안고 투신한 논개와 같이 기개를 지닌 기생들도 많았지만 결국 기생이란 너무 서글픈 운명을 살았던 존재들이었다..
아무리 사랑을 했더라도 정처가 될 수 없었던 존재, 마음 속 깊이 사랑을 하더라도 사상에 의해 그녀들을 마음으로만 사랑하며 보살펴주지 못하는 남성들을 그저 그리워하며 살아야하는 존재, 시와 노래, 춤과 학문에 능하며 왕의 사랑을 받고, 허리가 한손에 들어올 정도로 가늘었으며 궁중악의 유일한 전수자로 예술인이었으며, 수많은 양반, 그리고 왕족들이 그녀 초요갱으로 인해 길 한복판에서 체면도 차리지 않고 패싸움을 했을지라도 결국 나이가 들면 잊혀지는 존재, 아직 피기도 전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성에 대해서 눈을 뜰 수 밖에 없던 그런 가련한 존재들이었다.. 결국 신분제 사회, 여성을 남성의 종속물로 생각하던 조선시대에 기생의 삶이란 너무나도 고달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