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밋밋한 듯, 그러면서도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두 권 연속 가가형사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쩐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읽었던 <방황하는 칼날>이나 <유성의 인연>, <변신>, <레몬>, <편지>, <호숫가의 살인> 등등 인간복제나 사법제도의 문제, 지나친 사교육과 교육비리와 같은 사회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도 스릴감이 넘치는 작품에 의해 히가시노 게이고에 반해게 되었고, 그런 무거운 현실을 다룸과 동시에 <괴소소설>,<독소소설>, <흑소소설>과 같은 사회를 비웃는듯한 재치있는 입담으로 더욱 그에 열중하게 되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저번 작품처럼 너무나도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붉은 손가락>에서 가가형사를 만났고, 아버지의 임종을 그와 아버지의 방식대로 멀리서 지켜봤던 우직하면서도 마음씀이 남다른 가가였기에 그가 형사로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기를 바랬었다.. 그런 바람대로 올여름 가가형사시리즈가 5권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었던 것과는 달리 한권한권 읽을 때마다 좀처럼 가가형사의 이미지가 조금씩 흐려질뿐만 아니라 이전의 소설들이 더욱 그리워질뿐이었다.. 유가와와 구사나기 때도 그랬다.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만났던 천재물리학자 유가와와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사나기, 그리고 범인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자신을 버렸던 수학선생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유가와와 구사나기 콤비에 푹 빠졌었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한 단편인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을 읽으며 점점 그들의 매력이 사라졌었다.. 단편인만큼 사건의 해결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야기가 짦은 만큼 트릭이나 소재가 한정된 것이긴하겠지만.. 어쩐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느껴지지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거짓말, 딱 한 개만 더>에서도 그러했다.. 처음 시작하는 표제작은 바로 이전에 읽었던 <잠자는 숲>처럼 발레를 다루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기운이 쫙 빠졌다.. 잠자는 숲도 조금은 밋밋한 이야기였는데 이번에도 그럴까라는 생각에 1장만을 읽었는데도 기대가 사라져버렸으니.. 그리고 50여페이지정도의 분량의 단편으로 이루어졌기에 등장인물도 적고, 범인이 누구인지는 처음부터 거의 대놓고 드러나있었다.. 다만 그 트릭을 가가형사가 특유의 직감으로 찾아내고, 용의자를 닦달하기 보단 그 혹은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털어놓고 유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트릭을 밝혀내기까지 범인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트릭을 밝혀내는 것에서 추리소설만의 재미를 주고있긴한데.. 어쩐지 조금은 밋밋한 그런 이야기여서인지 딱히 가가형사가 아니어도 됐을 그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처럼,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처럼,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처럼 뭔가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있다던가, 아니면 그들을 부각시켜줄 콤비가 있다던가, 아니면 졸업처럼 그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를 그를 부각시키는 이야기였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너무나도 아쉽다.. 

물론 이 책의 살인사건은 하나하나 안쓰러움이 느껴지긴 한다.. 자신의 과거를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 일에 빠져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남편에 의해, 너무나도 강압적인 남편과 새로 만난 사랑을 위해, 딸과 자신이 공유한 꿈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기에, 가족이지만 점점 남보다도 못한 관계처럼 멀어져가는 가족이기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건들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방황하는 칼날>에서처럼 사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자신의 딸을 죽인, 반성도 후회조차도 하지않는 범인들을 직접 처벌하러나서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은 절박함과 부조리한 사회현실이라기 보단 가족간의 대화만 있었더라면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었기에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만이 들뿐 그외의 긴장감이나 스릴감이 느껴지지않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치곤 너무나도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제 남은 가가형사시리즈는 2권.. 이 2권은 또 어떤 식으로 가가를 그리고 있을지, 혹 지금처럼 큰 실망을 안겨줄지 기대반 걱정반상태다.. 우선은 지금의 실망감을 조금은 가라앉힌 후 읽는 것이 나을 듯 싶으니 한동안은 읽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