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가 2006년 여름으로 하루키의 새 책이 나왔다는 기쁨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조금은 아련한 듯한 제목에 끌려 읽어야지읽어야지 생각하던 책인데.. 어쩐지 딱히 읽게되지않게 되었었다.. 그 많은 분량의 태엽감는 새를 읽고, 하루키의 초기작에서부터 이어지는 큰 획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양을 쫓는 모험>를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댄스댄스댄스>를 두달동안 틈틈이 읽는 중에도 별로 이 책이 생각나지 않은 것을 보면 딱히 인상이 깊었던 책은 아니었나보다..  

그냥 도서관에 가서 어떤 책을 볼까 한참 서가를 구경하다 우연히 눈에 띄기에 책을 사기전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빌려온 것이 벌써 1달전이다.. 결국 처음으로 이 책때문에 도서관에 연체료를 냈으니(2주일 기본에 1주를 연장하고도 못읽어 5일이나 연체했다..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 도서관책은 절대 연체를 안하고 지내왔는데.. 정말인지 연체료를 낼때 도서관에 죄송하더라..).. 정말 안 읽혀지는 책이었다.. 아니 손에 들리지 않게되는 책이었다.. 약 한달이란 대여기간동안 이 책만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닌 다른 여러 책은 무리없이 읽었고, 이 책을 제외한 같이 빌렸던 책들은 제때 반납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안읽게 되던 책이었던 것과는 달리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난 이 책의 내용에 별 공감을 느끼지도 못할 뿐더러 이해조차 하지 못하겠다..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이 책에 공감하는 것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건 내 취향이 아니다..  

난 과연 하지메처럼 잘나가는 사업체와 사랑하는 아내(혹은 남편)와 두 딸을 모두 버리고 어릴 적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이자 정신적 쌍둥이와 같은 존재인 시마모토와 같은 사람을 쫓아 갈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모든 것을 버리고 갔다면, 과연 난 아내(남편)와 두 딸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긴 할까? 하지메처럼 남자도 아니고, 하지메처럼 정신적 쌍둥이인 시마모토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인지, 아직 결혼하지도 않고 아이를 낳지않아서인지 옛 사랑의 그림자에 눌려 가족을 버리려한 하지메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하지메를 아무런 말 없이 받아준 유키코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뿐이다..  

'고통스러울 때는 행복한 척해요.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마치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매력적인 미소 같은 노래다. 그건 분명히 사고방식의 하나이기는 하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 22쪽  

넷킹콜의 노래를 들으며 같이 성장하였고 그 누구와도 다른 정신적으로 유사한 외아들과 외동딸로 자랐다는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 수 밖에 없으며 그로인해 자신도 상처를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말로 하지메의 모든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고등학교때 여자친구의 사촌누나와 마음에도 없는, 하지만 둘다 열정적으로 끌려 미친듯이 섹스를 하고, 그것을 알게된 여자친구 이즈미는 표정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게 할 수 있는지.. 나의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상처를 줄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분명 하지메가 한 행동은 누군가에겐 커다란 상처가 되는 행동이며, 그도 그것을 알기에 거짓말을 하며 숨겼으니..  

정말인지 이런 내용은 내 취향이 아니다. 허무맹랑하다고는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에서처럼 커넬대령이 등장하고, 조니 워커와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이야기나, 태엽감는 새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어떤 공간에서 누군가를 구해오는 듯한 그런 이야기, 그리고 권력과 같은 힘을 갖기위해 양을 원하는 사람들과 그런 양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던 쥐의 모습이 대조적인 양을 쫓는 모험, 학생때 음악을 듣고 빵가게를 습격했던 것을 완성하기 위해 찾다찾다 햄버거가게에서 햄버거를 탈취하는 빵가게재습격처럼, 혹은 이름을 훔치는 도쿄기담집의 시나가와 원숭이처럼 뭔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일이거나 조금은 어이없는 듯하지만 독특함을 풍기는 그런 하루키의 글이 좋을 뿐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하루키의 이번 작품은 이전에 읽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별 감흥도, 재미도 없는 그냥 제목에만 엄청나게 끌렸던 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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