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부모님이 계신 대전에 가기 위해 들른 용산역에서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샀다.. 절판된 책도 아니고, 다른 서점에서나 인터넷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지만 굳이굳이 용산역에 갈때까지 기다려서 산 이유는 아무래도 가겪때문이다.. 이놈의 책이 2000년도에 나와 몇번의 인쇄를 겪는 동안 조금씩 가격이 올랐는지 내가 지금 산 책은 정가 7500원이지만 현재 알라딘에서 파는 책의 정가는 9000원으로 1500원이나 오른 상태이다. 물론 20%할인을 하니 용산역 대교서점에서 7500원정가대로 산다면 더 비싸게산것이겠지만 30%의 할인으로 5000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살 수 있었으니 벼르고 살만했다..  

요즘 시대에 단돈 5000원짜리에 몇백원을 보태서 살 수 있는 책이 몇권이나 될까? 물가도 오르고, 책들의 표지도 양장본으로 바뀌고, 그러면서 조금씩 오르던 책값들이 요즘은 만원짜리 한장으론 살 수 없는 책들이 허다하니 정말 이번 책은 행운을 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옆에 고이 누워있던 <밤의 원숭이>도 사고 싶었지만.. 책의 상태에 무지하게 집착하다보니 그 책은 도저히 손이 가지않아, 남들 눈엔 별 상관이 없어보일수도 있겠지만 책표면에 뭍은 먼지와 표지가 어딘가에 긁힌 흔적에 가격이 싸도 전혀 끌리지가 않으니 저번에 갔을 때 사지않은 것을 가슴깊이 후회하며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만을 사 집으로 가는 길 읽기 시작하였다..  

원래 하루키의 책엔 작품해설이니 뭐니 잔뜩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긴 하지만 이 책은 좀 심했다.. 어떻게 작품해설을 책 뒷부분에 실은 것이 아니라 맨 앞에 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다시 보니 추천의 말이란 이름으로 실려있다.. 근데 어떻게 이게 추천의 말이야!! 추천의 말이란 보통 이야기의 내용에 대한 언급없이 보통 잘읽어주길바란다는 의미의 글이지.. 이건 추천의 말이란 이름으로 줄거리를 쭉 읊어놨으니..).. 물론 하루키의 책은 언제나 읽을 때마다 난해함을 느끼기에 책을 읽는 도중 해설을 읽을 때도 있지만 이야기를 읽기전부터 해설을 읽었던 적은 없다.. 그렇기에 무의식 중 차례대로 읽기 시작한나머지 해설을 먼저 읽어버리고 이야기를 읽다보니 뭔가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고베대지진이나 옴진리교를 경험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있어 작품의 배경을 설명해주고 이전 하루키의 작품과 이 작품간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해설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맨 앞에 실려있어 이야기를 읽기전에 읽은 것이 문제인지, 솔직히 이야기들을 읽는 내내 대충 접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생각만큼 읽는 재미를 못느꼈다는 것이 문제다.. 이야기의 끝에 작가 오오가 가즈마사와 하루키의 이메일 인터뷰와 역자의 해설을 실었던 것처럼 책 앞부분의 장석주 시인의 추천의 말을 추천의 말이란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뒷부분에 실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읽는 재미를 빼앗기긴 했지만 3인칭 시점으로 만나는 하루키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우화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와 '벌꿀 파이'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하깊은 곳의 지렁이와 싸움을 하려는 개구리군과 그런 개구리군을 도와 함께 도쿄를 구하려는 가타기리는 가타기리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아니 갑자기 쓰러져 개구리군에게 도움을 주지못해 싸움에 져버린줄알았는데.. 결국 꿈속에서 혼자 열심히 응원하던 가타기리의 도움으로 도쿄를 구하고 그 힘이 다해 사라져버린 개구리군의 이야기에 가슴이 짠함을 느꼈다면, 말을 하며 시장에서 꿀을 팔던 마사키치와는 달리 큰 곰 동치키는 동물원에 잡혀 살게 되는 약간은 쓸쓸한 이야기가 마사키치와 동키치가 동업을 하게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로 살아가게되는 결말로 이야기를 맺게되며,이제와는 다른 소설을 쓰겠다는 쥰페이의 이야기에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이 두편만 떼어놓고 보면 정말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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