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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2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악마와 미스 프랭>에서 아내와 자식을 자신의 무기를 요구하는 무리에 의해 잃고난 후 세상은 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베스코스라는 한 시골마을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이방인은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생산한 무기에 의해 자신의 가족이 죽고, 그 원인이 자기가 생산한 무기라면 그 누구도 세상은 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할테니까.. 물론 살인자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나중에,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살인자를 용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방인은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을 지우지못한채 살아가야하기에 그는 지옥에서 살고 있으며, 세상은 악에 의해 지배되는 곳일뿐일것이다..
하지만 그와 달리 이고르는 그저 자신이 사랑한 아내를 찾아오기 위해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세계를 파괴할 뿐이었다.. 아내와 지내는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노숙자를 점잖게 내쫓기보단 평안하게 지내라며 영원히 눈을 감게주고, 언제나 승리를 위해 나아가며 자신의 아내를 진정으로 돌아보지 않은 것은 자신임에도 아내가 그저 욕정에 의해 딴 남자에게 갔다고만 생각하는,, 전혀 공감이 되지않는 인물이었다..
특히나 이고르는 자신이 계획한 일이 완수되길 바라며 기도를 하고,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다면 금으로 된 성상을 받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계획한 일이 자신을 떠나간 아내를 찾아,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이란 다른 세계를 파괴하여 아내에게 보여주는 것임에도 그는 신에게 자신의 소원을 빌었을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그런 계획을 저지하려는 존재로 악마를 생각할만큼 그는 사랑에 미쳐있었고 그 사랑은 나에겐 이해가 되지않는 모습이었으며, 그래서 그가 파괴한 다른 사람들의 세계, 삶의 모습을 보며 그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전혀 느낄 수 없을 뿐이었다..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서의 질식사, 흔한 독극물이 아닌 쿠라레독(이 책에선 경찰 역시 이 독의 처음엔 알지 못한다.. 분명 이 독은 셜록홈즈 <네개의 서명>에서 키가 작은 원시인이 쓰던 독인데... 희귀한 독이라고 했지만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을 이용하고, 바늘송곳과 같은 아주 가늘고 얇은 이상한 칼을 사용하고, 40달러의 독극물에 4000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아주 특이한 봉투를 만들어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는 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그렇기에 그의 모습보단 그저 승리를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엉겨붙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그런 절대적인 권력을 뒤쫓는 사람들이 결국엔 절대적인 노예상태가 되어 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쳇바퀴처럼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의 사회도 좋은 대학을 위해, 좋은 직업을 위해, 더 많은 연봉과 빠른 승진을 위해, 더 넓은 집을 위해, 더 공부잘하는 자식으로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잘난 아이를 두기 위해 그렇게 쳇바퀴처럼 사는 모습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뿐이었다.. 나 역시도 다른사람들처럼 그런 모습이 성공한 삶의 모습들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런 삶이, 그리고 그런 삶에 의해 얻어지는 권력들이 결국 절대적인 노예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기에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인 노예상태를 의마한다는 것을. 누구든 거기에 이르면 포기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항상 올라야 할 새로운 산이 보이고. 정복하거나 짓밟아야할 또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는 법이니까. - 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