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길고 긴 여정이 드디어 끝났다.. 책을 읽는 것 정도로 무슨 긴 여정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작가에 비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조금 어렵기에, 그리고 그런 어려운 내용이 4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선뜻 <태엽감는 새>에 손을 내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읽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루키 본인은 글을 쓸때 머릿속에 생각나는 이야기를 그저 술술 풀어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이어서인지 나는 그런 술술 쓴 이야기를 한번에 해독해 낼 능력이 없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하나의 긴 여행과도 같았다.. 

처음 이야기와의 만남은 단편집에서 만났던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했기에 어쩐지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단편에서 만난 태엽감는 새는 뭔가 더 할말이 있었지만, 서둘러 끝내는 느낌이었기에 그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에,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 반가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가움과 더불어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뭔가 다른데 뭔지를 모르겠는,, 하지만 고양이의 이름에서 그 이질감을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바로 이름이다!! 

 단편집에서 오카다 도루는 그저 "나"일뿐이며 부인인 오카다 구미코는 그저 "아내"일 뿐이었다. 그런 존재들이 장편집에선 당당히 이름을 갖게 되었기에 처음부터 이질감을 느낀것 같다.. 그리고 고양이의 이름!! 아내의 오빠의 이름을 따 "와타야 노보루"로 불리는 고양이도 단편집에선 "와타나베 노보루"였다. 이름자체는 같지만 성이 조금 다른 그런 이름.. 솔직히 오카다 도루의 이름에선 정확히 어떤 것이 다른지를 찾지못했지만 고양이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름이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서인지 이제까지 단편과 다르다고 느꼈던 기묘한 이질감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와카다 도루는 단편집에서처럼 집을 나간 고양이를 찾는 도중 한 소녀를 만나고, 집에 있는 도중 한 여성에게 기묘한 전화를 받는 실업자일 뿐이었다. 

와카다 도루에게 있어 사건은 아주 평범하게 시작되었다. 아내와 같이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을 뿐이었다. 고양이란 원래 장소에 애착을 갖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발정기가 오면 가출을 하는 녀석도 있기에 그건 그리 흔치않는 사건은 아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찾는 아내의 모습도 한마리 애완동물이 아닌 자기와 같이 살던 반려동물로서 가족을 찾는 모습이기에 그리 이상한 모습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고양이는 가출을 하고, 가출한 고양이를 찾는 도중 가사하라 메이를 만나며, 기묘한 전화를 받기 시작하고, 아내의 부탁으로 가노 마루타라는 사람을 만나고 전화를 받으며, 그녀의 동생 가노 구레타를 만나고, 그러다 아내는 사라져버렸다.. 말그대로 출근을 하기위해 집을 나간 사람이 어떤 낌새도 없이 증발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증발에 대해 아내의 오빠 와타야 노보루와 가노 마루타는 무엇인가를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내를 다시 집으로 보내주려고 하기보단 이혼을 요구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 자신이 보내온 편지도 그저 이혼을 하자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 일련의 이상한 일을 둘러쌓인 와카다 도루에게 목표는 단 하나, 아내 와카다 구미코를 직접 만나 일을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에 의해 그는 정말 많은 일을 겪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방대한 양이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한 후, 왜 1,2권은 많은 사람들이 본 흔적이 남아있는데 3,4권은 펴본 흔적조차 남아있지않은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마미야중령이 겪은 일이나 가노 마루타와 구레타의 이야기, 가사하라 메이의 이야기와 아카사카 시나몬과 너트메그의 이야기..거기다 사라진 구미코와 그를 찾으려는 도루, 그리고 그를 방해하려는 처남 노보루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엃키고 설켜있었기에 이야기는 방대해질 수 밖에 없었고, 3,4권으로 갈수록 점점 힘에 겨워 포기하게되어버린것이 아닐까싶다. 나 역시 너무 방대해지는 이야기에 조금씩 힘겨워하며 인내와 포기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을 했기에 3,4권을 읽기까지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내 경우 결말을 알고싶다는 유혹이 포기를 이겨버렸다. 물론 결말이 결국 자신의 안에 있는, 와타야 노보루와 반대되는 그 무엇을 찾는 것임을 어렴풋이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명확한 결말을 알고자 그 힘든 여정을 계속해나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도루가 자신과 반대되는 노보루의 무엇인가와 싸워 이김으로써 저세계에서 이세계로 돌아오고, 그를 통해 한없이 청개구리만 같던 메이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구미코 또한 저세계에서 다시 이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기에 행복한 결말이었지만, 뭐랄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였다. 정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통해 도루가 이세계로 돌아온 것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결말이었지만, 마미야 중령의 이야기같은 경우 보리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고 아카사카 시나몬과 너트메그 모자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시나몬에게 있을 변화같은 것은 없었을지, 너트메그와 그녀의 고객들은 과연 어떻게 될지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4권의 이야기가 방대한 분량이었음에도 조금은 아쉬웠다.. 아마도 도루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니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쩐지 난 그런 소소한 이야기에도 흥미가간다..그리고 그 흥미가 채워지지않아서인지 여전히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진행중인 이야기같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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