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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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축의 마지막을 <1973년의 핀볼>이 하였다. 순서상 2번째에 읽었어야 할 이야기이지만 초기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느낌일까 다른 이야기들부터 읽게 되었다. <양을 쫓는 모험>을 읽지않고 <댄스댄스댄스>를 읽었던 것이 조금은 무모하게 느껴졌다면, 1973년의 핀볼은 마지막에 읽어도 무관한 그런 느낌이었다. 

1973년 "나"는 24살이었다. 친구와 함께 작지만  꽤 많은 일을 맡아하는 번역사무소를 차려서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하고, 나오코가 죽은 뒤 슬픔을 느끼지만 어느날 문득 눈을 떠보니 자신의 옆에 있던 쌍둥이들과 3개월을 같이 보내며, 한 핀볼기계에 빠져 최고점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전의 일이니 24살의 나이가 어리다고만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에게 24살은 대학을 갓졸업한 혹은 여전히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나이이기에 극심한 허무주의에 빠진 것처럼 아무일도 하지않고 그녀와 만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은 반복해서 살아가는 쥐의 모습과 친구와 번역사무소를 차려 10시부터 4시까지 번역을 하며 살아가지만 역시 상실에 의해 방황하는 "나"의 모습은 24살의 풋풋함보단 세상에 찌들어 고뇌하는 중년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문득문득 "나"와 쥐가 20대라는 것에 놀라게만 된다..  

요즘 우리에게 20대란 그저 취업에 대한 고민만을 안고사는 그런 존재로만 보여서인지도 모른다.. 아니 다른 고민들이 있지만 자본주의의 체제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고민은 숨긴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쥐와 "나"의 그런 방황은 어쩐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곳의 이야기처럼, 그러나 내면깊은 곳에서는 뭔가를 알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방황이었다..  

자그만하게 운영을 하던 식당에서 영업을 마친 뒤, 테이블에 앉아 1~2시간을 써서 완성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든 하루키의 작품과 이어져있다.. 모든 작품과 연결되는 고리로 매우 중요한 작품임에도 <1973년의 핀볼>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양을 쫓는 모험>의 연결점으로 평가될 뿐 별다른 평가를 받지못했다지만, 나에겐 이 작품이 다른 작품을 위한 구름판같다.. 구름판이 없어도 도약은 할 수 있게지만, 구름판이 있을 때에 못미치는 것처럼 하루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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