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구판절판


따뜻한 바람이 햇살을 흔든다. 마치 나무드 사이를 떼 지어서 옮겨 다니는 새처럼 공기가 천천히 흐른다. 바람은 선로가 있는 완만한 녹색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 궤도를 넘어 나뭇잎을 흔들지도 않고 숲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한 줄기, 부드러운 빛 속을 가로질러서 건너편 능선으로 사라져간다. 언덕은 몇개의 기복을 이루며 일렬로 줄지어 있고, 잠든 거대한 고양이처럼 시간의 양지바른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22쪽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자신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 그것이 내 것과 지나치게 다르면 화가 치밀고, 지나치게 비슷하면 슬퍼진다. 그 뿐이다.-78쪽

그러나 우리가 걸어온 암흑을 되돌아볼 때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불확실한 '아마도'뿐인 것 같았다. 우리가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건 현재라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의 몸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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