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2년 11월
평점 :
품절


1992년 11월 초판이 발행된 뒤 2008년 52쇄가 출간되는 동안 개정판이 나오지않은 책이어서 새책임에도 참 옛날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요즘 나오는 책들이 조금은 아담한 사이즈에, 양장본의 화려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표지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조그은 큼지막한 판형에 촌스러운 표지는 어쩐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것 같다.  

묘한 매력이 물씬 풍기며 얼른 읽어보라고 유혹했지만,  총 2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이라 이름붙여진 이 책을 사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이미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과 겹치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실려있었기 때문에(<빵가게재습격>의 빵가게 재습격, 코끼리의 소멸, 패밀리 어페어, 로마제국의 붕괴,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의 레더호젠, 택시를 탄 남자, <개똥벌레>의 개똥벌레가 이미 읽었던 이야기다..) 이 책을 굳이 읽어야되나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 읽지못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보니 고민을 끝내고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우선, 읽었던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패밀리 어페어>였다. 동생과 오빠의 티격태격하는 대화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동생도 오빠에게 반말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책에서는 오빠는 반말을, 동생은 꼬박꼬박(신경질이 났음에도 말이다..) ~요라고 존대말을 한다.. 보통 일반적인 상황에서 존대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의 경우엔 번역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인지 꼭 또다른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른 책들과는 달리 숫자 1의 표현만 로마자 로 표현되어있어 읽는 내내 특이하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1만년이란 표현처럼 1이 하나가 쓰인 경우엔 좀 덜했지만 0,5로 표현된 부분을 보며 꼭 하나의 숫자같지않은 느낌과 왜 이렇게 했을까 궁금할 뿐이었다.. 

숫자 1과 ~요라는 번역과 글씨체에 의한 독특함이 외적인 매력이었다면 내적인 매력을 지닌 이야기로서의 매력도 가득하였다. 먼저 도서관에서 대출금지된 책을 우연히 보고싶다는 이유로 찾게되고, 그것을 이유로 뇌를 쪽쪽 빨아먹힘을 당하기위해 갇히게 되는 이야기였던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는 어쩐지 도쿄기담과 어울리는 듯한 기묘한 이야기였다.  

처음엔 도서관의 폐관시간과 상관없이 어떤 특별한 장소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내 근처엔 그런 곳이 없나라는 부러움을 느낄 뿐이었는데.. 뇌에 가득한 지식을 쪽쪽 빨아먹기위해 사람을 가두는 노인의 모습과 그런 노인의 말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양사나이(<댄스댄스댄스>에서 봤던 그 양사나이인가? <댄스댄스댄스>의 상권을 절반 넘게 읽었다 <양을 쫓는 모험>을 읽어야 쉽게 이해된데서 살짝 미뤄놓았지만 그 책에도 양의 털을 쓴 양사나이가 등장하는데..동인인물인가 아닌가 워낙 짧게 읽어서인지 분간이 안된다.. 아마도 이 두권의 책을 읽으면 정체는 알겠지싶다.. ), 그리고 양사나이 눈에는 보이지않는 신비한 분위기의 소녀가 어우러져 약간의 섬뜩함을 느낄 수 있으며, 정말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기에 새로 만나는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었다.  

이 이야기외에도 뾰족구이만을 먹는 뾰족까마귀의 이야기, 집안에 거울이 없는 이야기로 어떤 공포소설못지않게 섬뜩한 느낌을 들게했던 <거울>, 다세포소녀의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와 유사하게 가난한 아줌마를 등에 없고 다니던 남자의 이야기, 빵가게 재습격을 할 수 밖에 만들 수 없던 이야기였던 <빵가게 습격> 등등 하나같이 매력있는 이야기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이 파본이었다.. 이미 읽었던 이야기를 먼저 읽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나가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겨버렸다.. 뭔가 하고 보니 112페이지에서 129페이지로 갑자기 넘어가버리는.. 뭐 책을 만들다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된다.. 하지만 한참 재미있게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것도 처음 읽어보는 <캥거루 통신>이었는데 이야기의 끝맺음을 못봤다는 사실이, 더불어 <서른두살의 데이 트리퍼>와 <창>을 읽어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슬프다.. 얼른 교환이 되어야 이 세이야기를 읽을텐데.. 언제쯤 교환이 되려나??    

※ 교환신청을 한 지 하루만에 교환된 책이 배송되었다.. 이럴때엔 정말 서울 사는 것이 좋은듯,,.배송이 빠르니 말이다.. 그리고 읽다만 <캥거루 통신>과 <서른두살의 데이 트리퍼>, <창>을 읽기 시작했다. 음..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처럼 독특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세 이야기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백화점에 불만을 접수한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어한 이야기만 주절주절 테이프에 녹음해 보낸 캥거루 통신과 파삭파삭한 햄버거스테이크를 먹고싶은 느낌이 들게한 <창>.. 둘 다 편지에 대한 이야기여서인지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고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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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 2009-07-16 14: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먼저 상품 파본으로 인해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잘 받아보셨다니 다행히고, 이후에도 다른 문의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