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의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있다. 자신의 자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인 가해자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떤 비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범죄에 의해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게된 가족들은? 그리고 피해자임에도 피해자의 가족임에도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이야기주제가 되는 그들은 과연 무슨 잘못인걸까?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은 남의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는 범인들과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모습, 그리고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오인된 다카이 가즈아키의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150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조금은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리고 솔직히 1권에서 범인이 밝혀지고 2,3권에선 범죄의 실체와 사건해결만을 다루고 있기에 조금씩 이야기에 지루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게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해자의 가족이면서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자인 자신의 부모를 만나달라는 메구미의 모습에 어이가 없으며, 범인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그런 범인에게 휘둘리는 피해자의 가족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뿐이었다. 

자신의 범죄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을 생각하기보단 하나의 장난감처럼 여기며 자신의 대본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던 범인의 모습이란.. 그리고 그들의 범죄원인이 어릴적에 사랑받지 못한 채, 자신보다 먼저 태어났고 먼저 죽은 누나의 모습에 억눌린 채 자랐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채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것이 성격형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걸로 일축해버린 것 또한 말이 되지않는다. 난 성선설이나 성악설을 믿지는 않지만, 성장배경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히로미나 피스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가정환경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인데 그들의 범죄는 성장배경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삐뚤어진 성격에 의해 변한 것이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일종의 면죄부를 준것은 아닐까?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게 이성이라는 가졌기에 인간이다. 감정적으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이성에 의해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난 도무지 히로미와 피스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친구로서 자신의 친구인 히로미를 어둠에서 구해내기 위해 잠자코 있던 가즈아키도 답답할 뿐이었다. 만약 가즈아키가 히로미의 전화를 듣는 순간 친구이긴 하지만 친구를 위해 신고를 했더라면,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 그리고 마지막에 희생된 피해자의 목숨까지 모두 구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다 만약이다. 만약에라는 말은 목숨을 잃은 자신의 딸이 만약 죽지않았다면 이라는 것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던 한 아버지의 말처럼 모든 범죄사건 뒤에는 만약에, 만일에라는 피해자가족의, 가해자 가족의, 그리고 사회의 후회만 있을 뿐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두고 만약이라는 후회만 할 뿐 결국엔 그 사건자체도 과거에 묻힐 뿐이다. 논현동고시원사건, 대구지하철사건, 군포여대생사건처럼 잔인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 결과로 바뀐것은 무엇일까? 범인이 잡힌 것과 피해자가족이 여전히 고통받고있고,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뒤 범인을 용서하는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로 다룬 것 외에 사회는 바뀐것이 있을까? 잠시 치안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결국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대한 관심으로 범죄판결외에는 더이상 관심갖지않는 문제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범인을 모르는 것보단 범인을 잡는 것이 더 좋긴하겠지만 범인을 잡았다고 죽은 자신의 가족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범인이 잡히지않은채 가족이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닌 실종상태로 지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한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나역시 신이치의 말처럼 사건과 관련된,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피해자의 가족이나 가해자의 가족의 입장을 100%로 이해할 수는 없고,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보도에 흥미를 갖고 보는 수준일뿐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모방범을 읽는 내내 더욱 마음이 답답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히 나쁜 것은 가해자인데 오히려 피해자 가족이 더욱 고통스럽고, 그런 피해자의 곁에 다가오는 것이라곤 그저 그들의 모습을 하나의 흥행으로만 생각하는 방송사와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사기꾼 외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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