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내 모습에 정말 큰 실망을 해서인지 실망스런 나의 모습만 자꾸 생각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에만 벌써 4권째 책을 읽고있다. 어제는 3권, 그제는 2권..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동안 10권을 넘는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은 한심할 뿐이다.. 물론 책을 읽는 행위가 한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나는 애꿏은 책만 손에 붙들고 시위라도 하듯 쉴 새도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모습은 "독서" 자체를 한심하게 만들고만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지금처럼 다른 일을 해야할 시간에도 책만 붙잡고 있는 독서를 자제하려고 한다.. 자유를 찾아 홈리스가 되었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샐러리맨처럼 나 역시 이젠 나의 자리를 찾아갈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인표, 타블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연예인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이 책 역시 일본의 한 배우가 쓴 책이었다. 유명작가가 아닌 유명 연예인이 쓴 베스트셀러라기에 호기심이 생겨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멀쩡한 회사원이 홈리스가 되고싶어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웃음이 나기 시작하고, 홈리스에서 결국 사회로 돌아간 그를 보며 가슴이 뭉클하더니 도박과 아이돌스타에 빠져 무기력한 사람들의 모습과 꿈없이 열장의 사진만을 찍을 수 있는 비싼 일회용카메라와 같은 디지털카메라를 쓰는 아가씨의 모습을 거쳐 황당하기만 한 개그맨 지망생과 그를 쫓는 아가씨의 모습에 웃다가 울다가 보니 어느새 지친 내 마음까지 평온해져있었다..

   
 

하지만 고민은 결코 패배가 아니야. 고민은 결과가 아니라 아직 진행중인 과정이거든요. 

 
   

 자살하려던 마음까지 먹었던 주제에 자살할 것같이 보이는 아가씨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도박꾼의 말에 어쩐지 내가 기운이 났다.. 고민은 결코 패배가 아닌,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말이 중간결과에 실망을 하여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같을 뿐이었다.  
 
이 책의 사람들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 성공을 하는 샐러리맨을 빼곤 어쩌면 실패한 인생, 아니 삶을 낭비하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서로에게서 희망을 얻고 결국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에 나의 실패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20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에서 너무나 큰 힘을 얻어서인지, 지금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게 만든 책이어서인지 다른 어떤 세계고전문학보다, 그리고 어떤 교훈이 들어있는 책보다 이 책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