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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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일제시대, 그 때에도 사랑은 있었다. 가부장주의와 남성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던 1900년대 그 때에도 지금 못지않은 사랑이야기는 존재하였으며 그 사랑은 너무나도 많은 제약이 있었기에 더욱 애절하게 보일 뿐이었다.


얼마전 KBS의 <그저 바라만보다가>에 나온 윤심덕의 목걸이를 보며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이 떠올랐다.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탄압에 의해 숨진 독립투사들과 시골의 무지한 농민들이 일본에 의해 수많은 약탈을 받았다는 것외엔 별달리 아는 사실이 없던 일제시대에 있었던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이었기에 인상깊었던 책이었던만큼 이 책에서 다루었던 현해탄에서 정사를 한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게했던 "윤심덕의 목걸이".. 조선시대의 전통그대로 어린 나이에 조혼하던 관습에 의해,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라고만 생각하던 세상의 인식때문에 사랑을 하면서도 비난을 받았던 사랑이야기들을 보며 지금보다 더 자유분방했던 그녀들의 삶에 놀랐고, 자신은 되고 여성은 안된다는 모순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남자들의 모습에 놀라게되었던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등학교시절 수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만났던 작가 김동인과 염상섭의 이야기는 비겁하다못해 치졸해보이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신지식인이라 불리는,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인습에 빠져 사는 사람들사이에서 퍼진 소문을 사실마냥 모델소설을 쓰고, 자신과같은 남자에겐 사과를 하고 자신보다 연약한 여자는 핏줄부터 잘못됐다고 몰아부치다니!! 정말 이 책 속의 김동인과 염상섭이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배워온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배따라기"의 그 사람들이 맞나싶었다.. 힘겨웠던 일제시대 잠시 친일활동을 하던 작가들의 모습도 그저 시대의 흐름이겠거니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깨어있다는 사람들로 불리우던 이들조차 여성을 비하했으니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여성들을 비하했을지..


물론 사랑하진않다고 해도 조혼한 아내가 있고, 그 아내와 이혼하지 않을 생각을 갖은채 여급과 기생과 사랑을 했던 남성들의 무책임한 행동에도 문제가 있긴했지만 결국 그녀들과 이룰수 없는 사랑에 함께 자살을 택하던 모습은 낯설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일제치하에서 사랑을 위해 정사를 하던 것과 여성들간의 동성애가 유행처럼 번져갔다는 사실에, 그리고 신여성이었던 나혜석 및 김명순, 김원자의 요즘에도 놀랄만한 정조관념을 드러내는 것에 놀라울 뿐이었다. 암울했던 시기에도 사랑에 목숨을 걸고 모순적인 남성들의 정조관념에 일침을 놓던 그녀들의 사랑은 결국 비난을 면치 못하긴했지만 세상을 뒤흔들기엔 충분한 이야기였다..


세상의 인식에 힘겨워했던 사랑은 일제치하의 기생과 여급, 그리고 신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려했던 여성 트로이카들도 사랑을 벗어날 수 없었음을 보여주던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무언가 요즘 시대에 들어도 놀랄것 같은 사건만 담겨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고, 전혀 알지못했던 일제치하시대의 이면을 보여주기에 흥미롭기도 한 책이었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을 지녔던 이들의 사랑과 북한 김일성체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그들의 마지막을 보며 권력에 대한 김일성의 야욕과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의 남편을 고발대에 세우기도 했던 이야기에 정말 놀랐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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