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권력을 가슴에 품은 최초의 여왕_1

선덕여왕 1 - 사랑과 권력을 가슴에 품은 최초의 여왕
한소진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MBC에서 선덕여왕이 시작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다만 김별아작가의 <미실>을 통해 신라시대 색공을 드리던 미실이 나오고, 미실과 권력다툼을 한 선덕여왕의 이야기라기에 우선 이전에 읽었던 <미실>만을 다시 읽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미실엔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한 줄도 없었다. 미실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미실이 세종과 결혼하고, 진흥왕의 색공이 되었으며, 동륜왕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고, 진평왕에게도 색공을 드린.. 3대 왕에게 색을 바친 여인이라는 지극히 미실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책이었다.  

미실을 다시 읽은 것으로도 만족하던 상태였지만 단 한회의 드라마를 보고나니 얼른 선덕여왕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생아도 나쁘지만 쌍음이면 왕족의 씨가 마른다는 이야기에 쌍음을 낳은 진평왕과 마야부인을 압박하고, 자신이 왕후가 되려고 왕을 압박하며 말 한마디에 수많은 병사들이 움직이는 미실,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반해 1주일에 2번의 드라마로 몇달을 끌것이 아니라 한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알기위해 든 책이 한소진작가의 선덕여왕이었다.  MBC 프로덕션에서 나온 드라마 원작인 책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그려진 표지에 별로 신뢰가 안가서인지 조금 먼저 출간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원작이 아니어서인지 이 책은 드라마와는 몇가지 설정이 조금 다르다.. 우선 미실의 남편 세종이 미실을 도와주는 드라마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세종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쌍음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한 덕만 공주를 소화가 빼돌리는 드라마와는 달리 이 책의 덕만공주는 궁에서 자라나며(거기다 쌍둥이가 아닌 천명공주와 두살차이가 나는 여동생일 뿐이었다.), 마야왕후와 애틋한 모습을 그리던 드라모 속진평왕의 모습과는 달리 마야왕후에게 눈길을 안 주는 진평왕의 모습에 역사서가 아닌 소설이라는 특성을 확연히 느낄수가 있었다. 조금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책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이라 드라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다른 느낌이라곤 해도 이 책 역시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모란꽃과 얽힌 이야기와 선덕여왕을 가슴에 품고 살다 직접 만난다는 소식에 잠도 못이룬채 몇날며칠을 지내다 결국 꿈속에서 선덕여왕을 만나고 현실의 선덕여왕은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기에 가슴에서 불이나 불의 신이된 지귀의 이야기 정도밖에 모르던 나였기에 백성을 두루 살피는 따스한 마음을 가졌으며 장녀인 천명공주를 제치고 47살의 나이로 여왕이 되었고, 여왕이 되어서도 여자를 업신여기는 진골귀족과 당나라에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태평성대한 나라를 만든 선덕여왕의 모습은 여자라는 성을 떠나, 한 나라의 진정한 통치자이지 않나 싶다(어쩐지 이런 올바른 통치자가 오늘날에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서로 싸우는 정치인들의 모습이나 볼 수 있는 요즘의 시국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와 얽힌 악연의 끈보다 백성을 더 중시하는 마음으로 미실을 찾아가고, 권력에 목숨을 걸던 미실이 마음을 돌린 후엔 미실의 측근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위해 노력하며, 신분보단 사람됨을 보고 자신보다 나이많은 사람을 존중하던 덕만공주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설이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고려와 조선이전의 나라이기에 사료가 부족할 뿐더러 있는 사료의 진위성여부도 확인되지않은 사료도 있기에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이전에 읽은 김별아작가의 <미실>과도 조금씩 다른 내용에 어떤 것이 사실일지 궁금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선덕여왕에 대한 책 중에 유일한 역사서인듯한 어문학사에서 나온 이적박사님의 <선덕여왕>을 읽으면 궁금증을 해소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