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급하게 해야하는 일이 있음에도 온다리쿠의 <어제의 세계>를 조금 읽은 후여서 그런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조금씩 하는 시늉을 하다가, 결국 유혹을 못뿌리치고 일을 미룬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제까지의 작품과는 다르게 "당신"으로 지칭되는 사람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었기에 조금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 온다 리쿠의 신작 <어제의 세계>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처럼 신비한 분위기와 진실을 찾는 여러 방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송별회를 마치고 갑자기 사라진 채,M시에서 9개월을 살다가 의문사를 한 이치가와 고로의 죽음의 비밀에 파헤치는 것 같은 이야기가 M시의 다른 사람들에 의해 서술되고 있었다. 죽기직전까지 그가 여러 사람에게 캐묻고 다닌 것을 기억하는 까페주인과 이상한 전단지를 붙였던 것을 기억하는 역무원, 자신의 집앞에 떨어진 손수건과 산책길에 뜻모를 지도를 줍는 쌍둥이 자매, 그 지역의 교사로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나카 겐조, 추리소설을 좋아하며 모닥불신을 느끼는 슈헤이, 그리고 비밀에 쌓인 가즈네와 시즈, 그리고 이치가와 고로의 동생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되고있었기에 초반엔 조금 헷갈리기도 하였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과연 그의 죽음과 어떤 관계일지, 그리고 그가 그 마을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등장인물탓에 조금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등장인물의 이름이 계속해서 헷갈려서 계속 뒤척이며 책을 읽기는 했지만 말이다.. 

M시에서 의문사를 당한 이치가와 고로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한번 본것은 절대 잊지않는 기억력의 소유자.. 처음엔 그 능력이 단순히 부러울 뿐이었다. 책을 한번만 봐도 기억하기에 시험공부를 하거나 중요한 일의 기억에 매우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고로의 외로운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능력인가 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글까지도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자신이 통제하지도 못할때에 자신의 뇌를 뒤죽박죽만들어놓던 기억력이기에.. 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능력이기에 어쩔 수 없이 고독할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어머니마저도 자신의 능력을 어렴풋이나마 알고있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었기에,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가 자신과 같지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릴때부터 혼자만의 고독을 즐길뿐이었다. 단순히 기억력이 좋은 모습이 부럽다고 느꼈는데 그 이면엔 외로움만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쓰러울 뿐이었다. 마냥 그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살았고, 자신의 친척중에 자신과 같은 능력의 사람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고 자랐다면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았을텐데.. 하긴.. 외롭게 자라지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두통을 두려워하며 살게되었다면 더욱 불행한 삶이되었을까?  

외로움만을 껴안고 살던 고로의 모습과 모닥불의 신에게 거부당하는 고로의 모습을 보며 고로의 죽음엔 엄청난 비밀이 숨겨있을거라 생각했던 이야기였다. 어렴풋이나마 수로에 빠진 고양이를 구해오고 수로에 관심을 갖는 고로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이 마을의 비밀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M시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에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역시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 었지만, 고로의 죽음을 밝히려던 요시네도 급사하였고 고로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다나카 선생마저 한달이 채 되기전에 급사하였기에 고로의 죽음은 무언가 신비로운 힘 혹은 비밀을 밝혀지지않기를 원하는 사람에 의한 죽음일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지막 장을 읽으때의 기분이란.. 더불어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좋아한다라는 나비효과를 떠올리게만드는 속담이 여러번 등장한 이유마저 마지막 장을 통해 설명이 되기에, 온다 리쿠에게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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